KRX은행지수, 이달 8.4% 급락
외인 던진 물량 받아내는 개인
뱅크런 가능성 낮지만 변동성↑
국내 증시에서 은행주의 낙폭이 커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사 시가총액 600조원이 증발하는 등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여파다.
금융 시장 여건 악화에도 개인은 은행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단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이달 들어(3월2일~14일) 8.43%(654.70→599.48) 하락했다. 이 기간 거래소(KRX) 지수 중 증권지수(-8.48%)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지수를 구성하는 주요 종목 대부분이 급락했다. 시총이 가장 큰 KB금융은 5.65% 하락했고 신한지주(-9.65%), 하나금융지주(-9.58%), 우리금융지주(-9.75%) 등은 10% 가까이 미끌어졌다.
은행주의 하락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KB금융을 1326억원 순매도했고 신한지주(823억원), 하나금융지주(86억원), 우리금융지주(351억원) 등도 대거 팔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확산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엑소더스(탈출)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SVB 파산 이후 13일과 14일(현지시간) 양일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금융 주가지수와 신흥국 금융 주가지수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4650억 달러(약 608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SVB사태 이후 미 은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던진 은행주는 개인이 소화했다. 개인은 KB금융을 226억원 사들였고 신한지주(727억원)와 하나금융지주(429억원), 우리금융지주(475억원) 등도 500억 내외로 순매수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개인들의 투자 전략이 맞아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SVB 사태가 국내 은행들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와는 양상이 달라 연쇄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일부 은행의 자산부채관리(ALM) 전략의 실패”라며 “글로벌 및 국내 주요 대형 은행의 경우 자산 다변화가 양호하고 예금도 안정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대응이 증시에 미칠 파급력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중소형 은행의 문제는 완전 진화 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에는 잡음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업계와 같은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대응 준비를 갖춰 놓겠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시점에서 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 주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