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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부산 경찰들'?…"딸 입학식도 못가고 흉기 찔러 목 다쳤는데, 동료들이 외면"


입력 2023.03.18 11:37 수정 2023.03.18 12:03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현직 경위가 올린 글…부산 북구 사건서 흉기에 목과 얼굴 찔려, 붕대만 감고 지구대 복귀

잠시 쉰 뒤 출혈양에 놀라…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사건 관련 기록도 입력 안 돼

진술조사 작성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어…심지어 흉기 등 압수물 확보도 미흡

성형외과서 전치 3주 진단, 신고 접수 12시간만에 귀가…"눈물 났다"

경찰ⓒ데일리안 DB

출동 현장에서 흉기에 찔려 목을 다친 경찰관이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동료들의 외면 속에 계속 근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은 즉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18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우리 경찰 동료가 목에 흉기 찔리고 난 후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16일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재직 중인 직장 정보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글을 작성하면 직장이 표기된다.


글 작성자는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됐다. 그는 사건 당시 피해 경찰인 B 경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을 게시하며 "당사자분이 직접 경찰청 블라인드에 올린 글을 첨부한다"고 밝혔다. B 경위는 온라인 커뮤니티 내 경찰만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5시께 부산 북구 한 아파트 A씨 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B 경위는 관할 지구대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게재된 글에 따르면 B경위는 A씨와 실랑이 하는 과정에서 목과 얼굴을 흉기에 찔렸다. B경위는 피를 흘리면서도 동료와 함께 A씨를 검거했지만 병원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지구대로 복귀해 업무를 봤다. 상처 부위에는 겨우 붕대만 감은 채였다.


B경위는 현기증 탓에 지구대 의자에 잠시 쉰 뒤 눈을 떴다가 출혈양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또,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 사건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조차 입력이 안 돼 있는 데다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도 썼다. 심지어 흉기 등 압수물 확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해당 글에 따르면 당시 지구대에는 B경위를 포함해 모두 5명의 경찰관이 있었지만 B경위는 혼자 서류 작업을 마치고, 피의자를 관할 경찰서에 인계한 뒤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B경위는 퇴근 후 병원을 찾아헤매다 가족의 도움으로 성형외과에서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후 신고 접수12시간여 만에 귀가했다고 전해진다.


B경위는 "(흉기가) 조금만 옆으로 갔으면 죽을 뻔했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당일 딸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못 갔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혼자 병원을 찾아야 했고, 동료들도 원망스러웠다"고 썼다.


이어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피묻은 옷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B 경위는 부상을 입으면서 피가 묻은 경찰 제복과 봉합한 상처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부산경찰청은 해당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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