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세, 신고서 제출기한 다음 날부터 5년 지나면 부과 못 해"
"이 사건 양도세 부과제척기간 이후에 처분 이뤄졌기에 무효 해당"
"원고 제기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조정 권고에 따라 재판 종료"
확정판결이 아닌 재판부가 조정을 권고해 과세 소송이 마무리됐다면, 세금 부과 기한의 예외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A 씨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2년 10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자신이 과거 운영하던 회사 주식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약 186억원의 증여이익이 발생했다고 판단해 이듬해 증여세 약 79억원을 신고·납부했다.
세무 당국은 2013년 11월 증여세 신고내역이 적정하고 별도로 고지할 세액이 없다고 A 씨에게 통지했다.
A 씨는 그러나 이듬해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한 이익은 증여세 과세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이 소송은 파기환송심까지 간 끝에 2019년 6월 재판부 조정 권고에 따라 세무 당국이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A 씨는 소송을 취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세무 당국은 증여세 부과가 취소된 만큼 A 씨의 증여이익 186억원을 필요경비에서 제하고 양도세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월 A씨에게 2012년도 양도세 약 19억원을 부과했다.
A 씨는 세무당국이 부과제척기간을 넘겨 과세했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역시 "국세기본법에 따라 국세는 신고서 제출기한의 다음 날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는 부과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양도세 부과제척기간은 2013년 6월 1일부터 5년간임에도 처분이 그 이후에 이뤄졌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세무 당국은 "앞선 재판에서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른 이익에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확정됐고 양도세액을 다르게 계산할 필요가 생겼다"며 "이는 국세기본법상 '특례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는 사유"라고 주장했다. 국세기본법상 행정 소송 등으로 세금 부과를 다툴 경우 이 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1년 안에 세무 당국이 필요한 추가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가 앞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은 재판부의 조정 권고에 따라 재판 자체가 종료됐기 때문에 확정판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무 당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