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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차이나 리스크' 줄었지만…"의존도 축소는 불가피"


입력 2023.03.22 11:50 수정 2023.03.22 11:5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美 상무부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조항 공개…"10년간 中 생산 5% 제한"

기술 업그레이드 투자 제한은 없어…한국 반도체 "최악 상황 면했다"

美 반도체법은 '中의 첨단 기술 봉쇄 전략'…"삼성·SK, 출구전략 고민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이란의 새해 '누루즈'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정부가 21일(현지시간) 완화된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을 발표하자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최악은 면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사업장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막는 수준은 아니어서 공장 철수 카드를 꺼내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제재 의지가 워낙 강력해 삼성·SK는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결국 한·미 양국을 중심으로 최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구상하는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가드레일 세부조항을 공개하고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증설 제한'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 동안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material expansion)'하면 보조금 전액을 토해내야 한다.


이 확장은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의미한다. 첨단 공정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을, 이전 세대인 범용(legacy) 반도체는 10% 이상 늘리지 못한다. 범용 반도체 기준은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28nm 이상, 메모리 반도체는 D램 18nm 초과, 낸드플래시는 128단 미만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최첨단까지는 아니지만, 구형 공정 이상이어서 5% 확장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K가 10년간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인 둥근 원판) 기준 5% 이내 범위에서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128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인 230단 낸드플래시와 10나노 초반대 D램 보다는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을 생산중이다.


업계는 그동안 '실질적인 확장'에 반도체 생산 시설의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포함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이번 규정안은 중국 등 우려대상국 내 생산설비의 기술·공정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를 비롯해 기존 설비의 운영에 필요한 장비교체 투자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기술 투자 병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 관계자는 이날 "사업성 유지를 위해 기업들이 수출통제를 준수하고 수출 통제기관의 허가를 받으면 그런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삼성·SK로서는 10년간 5% 이내의 범위에서는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고,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경우 중국 생산설비의 기술·공정 업그레이드를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술 개발에 따라 한 웨이퍼 안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들게 되면 생산 축소 우려를 덜게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해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삼성전자
한숨 돌린 韓 반도체…중장기적으로는 中 의존도 축소 나설 듯

미국의 중국 때리기로 불확실성이 깊어진 한국 반도체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이번 가드레일 세부조항이 지난해 10월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수출통제 수준 보다 상향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안팎으로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부조항이 지난해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당시 제시한 기준 보다 완화된데다, 제한적이나마 생산능력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 삼성·SK는 보조금을 받으면서 중국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산업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 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도 계속 가능할 것"이라며 "기술 업그레이드 시, 집적도 증가를 통해 웨이퍼당 칩을 증가시킬 수 있어 기업 전략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생산 확대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한국 반도체의 숨통이 트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나, 중장기적으로는 '차이나 리스크' 해소를 위해 중국 내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반도체법은 중국의 반도체 첨단 기술 확보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결과물로, 대중국 제재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강자인 한국의 사정이 세부조항에 일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는 앞으로 10년이라는 시기 제한을 두고 있다.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의 경우 1년 유예만 받아둔 상황으로 결국 한국 기업들은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더욱이 미국은 이번 발표를 통해 2년 마다 범용 반도체 정의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어서, 중장기로 갈수록 삼성·SK는 중국 내 공장 업그레이드에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이번 미국의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만을 해소해 주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의 강력한 자급 의지를 약화시키고 한국, 대만 의존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적 업그레이드로 웨이퍼 1장당 생산되는 반도체가 증가할 경우 향후 10년간 5%(첨단기준) 이상 충분히 증산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향후 자율주행, AI 등 반도체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평균생산비 절감을 위한 증설이 억제되면서 중국내 시설의 효율적 운영은 어렵다고 판단된다"면서 "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은 베트남 등 여타지역으로의 생산시설 통합 등 고민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앞으로 우리의 현안은 한국과 미국 시설 투자 규모를 잘 조율해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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