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 4건 중 1건은 감액 계약
“수요 적고, 입주물량 늘어…당분간 감액 갱신 계약 계속”
임대차 갱신 시 기존 계약보다 전월세 금액을 감액하는 갱신 계약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빠른 속도로 하락한데다,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동일 조건으로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진 탓으로 풀이된다.
26일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전월세 갱신 계약 중 종전 계약보다 감액한 계약 비율은 25%까지 치솟았다. 전월세 계약 4건 가운데 1건은 감액 계약인 셈이다.
이는 국토부가 갱신 계약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최고치이며, 지난 4분기의 수도권 감액 갱신 비율 13%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감액 갱신 비율이 6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가 48%, 울산시가 35%로 뒤를 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감액 갱신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갱신계약 중 13%가 감액해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피스텔은 10%, 단독·다가구 주택은 6%가 감액하며 갱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감액 갱신 계약 급증의 원인으로 주택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꼽았다.
여기에 전세 사기 피해 등에 따라 전세 수요도 줄어들면서 집주인이 동일 조건으로 새 계약을 쉽사리 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세입자와 합의해 종전 계약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는 차선책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금리 인상과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 거래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해 전셋값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전세대출 이자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당분간 전월세 감액 갱신 계약의 비율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달 전국의 전세수급동향지수는 79.3으로 2년 전 108.8 대비 27%가 줄어들었으며, 감액 갱신 계약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대구의 경우에는 69.7로 2년 전 121.0 대비 42%가 감소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만 아파트 전세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한 전셋값, 비아파트에 비해 낮은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우려 등의 영향으로 신규 전세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면서도 “봄 이사철이 막바지인데다 적체된 매물이 더디게 소진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낙폭은 다시 확대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