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대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화와 협상이 전쟁에서 유일한 출구”라면서 “핵전쟁에서 승자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 유라시아 문제 특별대표를 파견해 우크라이나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심도 있는 소통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중재 외교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 2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년째를 맞아 정치적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사실을 상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정전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항상 평화의 편에 서며 중국의 핵심 입장은 대화를 통해 평화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과 “길고 의미 있는 통화를 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밝혔다. 그는 “이 통화와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 임명에 대한 약속이 양국 관계 발전에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소통은 예고된 일이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때가 되면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시 주석을 여기서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전쟁 전에 그와 접촉했지만 1년 넘게 연락하지 못했다. 대화하고 싶다”고 우크라이나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시 주석은 앞서 지난달 20~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러 모스크바를 방문할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그동안 러시아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최근 중국은 중동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은 미국과의 글로벌 리더십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 정상급 인사들과의 ‘안방외교’도 이어갔다. 이달에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