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간호사 단체행동 예고
여의찮으면 간호사 면허 반납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간호사들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들과 '공수'가 바뀌게 됐다. 당정이 내놓은 중재안도 직역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간호법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20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간호법 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재의요구안 재가도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달 27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20일 만으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힘과 정부 건의를 수용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온 다른 보건의료단체들과 이에 맞서온 대한간호협회(간협)과 입장이 바뀌게 됐다.
앞서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하자 간협은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의료직역 갈등을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간협은 조 장관의 간호법 행사 건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98.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간협은 의견조사에 앞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단체행동 수위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협은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연가를 내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근무표가 한 달 전에 짜여지기 때문에 한날 연가를 내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아 간호사 면허 반납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간호법 중재안 극적 타결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상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사회' 문구 등을 삭제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간협은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으며 별도 독립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간협은 현재 간호법으로는 간호사의 독립적인 진료가 불가능하고 단독 진료는 현행 의료법에도 저촉된다고 맞서고 있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와 달리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중재안이 극적으로 타결된다고 해도 직역 간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새로운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간호법을 둘러싼 직역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