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후 불확실성 커진 해운 시장
금융지원 다양화로 중소 선사 지원
3억 달러 규모 글로벌 본드 발행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 조성도
해운산업이 다양한 환경규제와 산업 변화로 대형사 중심 구조로 흐르고 있다. 중소 선박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나 사업 다각화, 디지털화 등으로 생존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자본이다. 중소선사로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인수합병이나 사업 다각화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에너지, 농·식품 등 새로운 사업에 꾸준히 투자하라는데, 현실 여건은 녹록지 않다.
올해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이하 해진공)가 선박금융과 항만물류 관련 투자를 중점 사업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진공은 지난해 해운산업 세계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KOBC 2030 비전’을 새로 발표했다. 미래 해양금융 견인과 해양산업 혁신생태계 강화, 해운 정보 Thank Tank(지식 집단)로 발전, 국민에 신뢰받는 경영실현을 4대 전략으로 내세웠다.
우선 컨테이너선사는 컨테이너박스(이하 컨박스) 리스(임대) 지원 사업을 확대한다. 컨테이너선사 필수 영업자산인 컨박스의 안정적 확보를 도와 선사 원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해진공은 컨박스 리스 지원에 대해 “우리나라 해운물류 산업 안전판 역할과 국적선사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체계”라고 설명한다. 컨박스 확보 때 선사와 사전 협의를 통해 해진공이 컨박스를 발주한 이후 경쟁력 있는 리스요율로 중소선사를 돕는 형태다.
컨박스 리스는 해진공 신용도에 기반해 낮은 이자율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규모 신조 컨박스를 확보할 수 있어 선사들이 선호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불어 해진공 신용보강을 통해 선사는 컨박스 확보 때 자기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선박금융에 집중하던 금융지원을 항만물류거점 투자와 해양 신산업 성장지원으로 확대한다.
항만터미널·물류시설 등 항만·물류 인프라 지원은 선사와 항만사업자 국내외 터미널, 물류시설 등 취득에 필요한 자금을 말한다. 국적기업 해외 항만물류시장 진출과 항만물류 네트워크 확대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 시설에 대한 운영권(경영권) 확보와 및 신규 설립·개발 때 해진공이 재무 투자자(FI)로 참여한다. 항만·물류 사업자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사업운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신청기업의 사업 유연성 확대를 위해 지분, 채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 등 다양한 금융구조로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국내외 항만터미널과 물류시설 등이다.
이 외 항만·물류 인프라 지원 사업으로 ▲부산신항 터미널 지분 투자 ▲싱가포르 터미널 조인트 벤처(JV·공동 출자회사) 투자 지원 ▲인천신항 배후단지 복합물류센터 확보 ▲울산신항 터미널 대출채권 유동화 ▲말레이시아 물류시설 합작법인 투자 ▲부산신항 물류시설 확보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환경변화 대응 어려운 중소선사 위한 특별 금융책
해운산업 특성상 수요가 큰 외화 지원 여력 강화를 위해 올해에는 3억 달러 이상 외화채권도 발행한다. 해진공 본연의 업무라 할 수 있는 선박금융 지원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해진공은 지난달 25일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본드(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해진공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 주문만 29억 달러 이상 들어올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약 10대에 달하는 청약배수 덕분에 최종 발행금리를 최초 제시 금리 대비 30bp(0.30%) 낮출 수 있었다. 해진공은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환율 변동위험에 노출된 국적선사 달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 외에도 액체화물 터미널 설비증설이나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하역 장비 금융 지원, 미주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확보 등 신규 사업을 검토 중이다. 물류시설에서는 4대 항만 컨테이너 터미널 배후단지 물류센터 투자 지원과 미·유럽 거점 물류시설 신축과 재개발 투자 등을 고려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계 해운업을 대비해 산업국적선사 구조조정과 친환경 변환 대응용 ‘해운산업 위기대응펀드’ 조성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진공은 중소선사 지원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선박 투자나 특별보증 지원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금융 지원에 나선다. 선박금융 관련 교육 등 비금융 지원도 기업 특성에 맞게 사업화한다. 참고로 해진공은 지난해 중소선사에 3039억원을 지원했다. 전체 선사 지원 실적의 20%가 넘는다.
중소선사 지원 대표 사업은 지난해 시작한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이다. 2500억원 규모 기금을 마련해 2026년까지 중소선사 선박 도입 금융을 지원한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신용도 B등급 이하 선사와 3년 이하 운항 실적을 보유한 신생 선사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리스(S&LB, Sale& Lease Back) 사업도 도입했다. 신규 선박 발주를 원하는 중소선사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선사가 보유 중인 선박을 해진공에서 매입·재임대하는 형태다. 이를 통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선사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선박을 그대로 운영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해진공은 중소선사도 적절한 신용등급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신용등급 평가모형 개선’ 작업도 추진 중이다.
또한 역내 항로 운임 정보를 담은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를 만들어 더욱 세밀한 운임 상황을 알 수 있게 했다.
김양수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해진공은 불확실한 해운환경 극복을 위해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공사가 준비하고 있는 각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해운업 미래③] 바다에도 부는 ESG 바람…친환경·디지털 전환 필수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