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국내 선사 ‘탄소세’만 3조원 가까워
해진공, 저탄소선박 정책대응 강화
기후위기를 마주하면서 필수가 된 ‘친환경’ 바람이 바다 위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이 아니라 해양산업 전반의 변화를 강요한다. 해운업체들은 자신들 의사와 관계없이 생존을 위해 친환경의 길을 걸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7월 열리는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80)에서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08년 대비 100%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의 50%에서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앞으로 신조 선박 설계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2013년 이전에 건조한 선박에 대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감축하는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 규제가 시작됐다. 참고로 EEXI는 선박 에너지 효율을 측정하는 지수다. IMO는 그동안 2013년 이후 건조한 선박에만 적용했는데, 올해부터는 그 이전에 건조한 선박에도 적용한다.
탄소집약도지수(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시행도 예정돼 있다. CII는 탄소배출 기준에 따라 선박 등급을 A~E까지 부여하고 D·E등급 선박은 운항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IMO는 이 외에도 MEPC80에서 ▲연료표준제도(GFS) ▲배출권거래제(ETCS) ▲탄소부담금(GHG) ▲연료표준제와 탄소부담금 결합조치 등 탄소배출 감축 후보 조치 가운데 필수 조치를 선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연료표준제와 탄소부담금 결합조치 채택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해운산업에 있어 친환경 규제는 결국 돈과 직결된다. 탄소연료를 사용하는 만큼 부담금을 내야한다. 일각에서는 국내 선박 2021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세’를 계산하면 많게는 2조8000억원 가까운 분담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탄소배출 톤당 분담금을 100달러로 계산했을 때 발생하는 금액인데, 이는 우리나라 외항해운업계 3년 평균 영업이익 절반(42.7%)에 가깝다.
친환경 선박 건조 보조금·설비 장착에 직접 투자
탄소 감축 압박으로 국내 해운사들 부담이 커지자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이하 해진공)가 나섰다. 해운업 성장을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에 따라 글로벌 저탄소선박 정책대응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친환경 보조 사업을 내놓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저탄소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사업자에게 친환경 등급에 따라 보조금(10%)을 지급한다. 기존의 낡은 선박을 폐선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산업은행과 공동으로 친환경 선박에 투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국적선사가 친환경에너지(액화천연가스 등)를 사용하거나 친환경 설비를 탑재한 선박을 도입할 때 공동 투자하는 내용이다.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설비 자금을 대출해 주고 정부가 이자의 2%를 보전하는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지원대상은 외항화물운송사업자 가운데 해진공 신용등급 B-(마이너스) 이상이다.
대상 선박은 자사선과 용선을 지원하며, 1년 거치 5년 원금균등분할 상환하면 된다. 대출 비율은 설치 자금의 80% 이내다.
친환경 지원과 함께 해운사 ESG(환경·사회·투명경영) 도입을 위한 노력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해진공은 환경경영과 탄소중립, 동반성장, 상생협력, 청렴윤리, 신뢰소통의 6가지 ESG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지원 2조원 달성, 일자리 4만 개 창출, 부정부패 0(zero)화 등을 추진한다.
청정 해양환경(E)을 선도하고 해운산업 동반성장(S)을 견인한다. 더불어 공정·투명 지배구조(G)를 구축해 깨끗한 해양환경과 함께하는 해양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친환경 선박 금융지원책 외에도 녹색채권 매입 계획이나 국적선사 선박별 환경규제 대응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예정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ESG 경영 위원회 정기 보고를 확대하고 반부패 청령활동을 늘려 종합청렴도 제고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사회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근로자 참관을 통한 투명성을 높여갈 예정이다.
한편, 해진공은 지난 2021년 12월 ESG경영 실천을 위한 노사공동 선포식을 개최했다. 당시 해진공은 ‘깨끗한 해양환경, 함께하는 해양산업, 소통하는 KOBC’를 목표로 3대 전략 방향과 환경 경영체계 구축 등 12대 전략과제를 선포하기도 했다.
▲[해운업 미래④] 우수선화주·국가필수선박…위기 속에서 기회 찾는다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