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기간 중 음주 파문에 대한 KBO 상벌위 징계 확정
일각서 예상한 국가대표 자격정지 빠져 '솜방망이' 주장도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을 일으킨 SSG 랜더스 김광현(35), NC 다이노스 이용찬(34), 두산 베어스 정철원(24)에 대한 징계를 확정했다.
KBO는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대회 기간 2차례 유흥주점을 방문해 국가대표의 품위를 손상시킨 김광현 선수에게 사회봉사 80시간 및 제재금 500만원, 1차례 유흥주점을 출입한 이용찬, 정철원 선수에게 각각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WBC 기간 중인 3월8일 호주전 전날과 9일 호주전 당일 오전까지 술을 마셨고, 한일전 참패로 탈락이 확정된 10일에도 같은 장소를 찾아 음주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예고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핵심 투수들의 실망스러운 행보는 야구팬들을 넘어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일탈로 여겼다.
선수들도 음주 사실은 인정하며 지난 1일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음주 시점과 여성과의 동석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3명의 말을 종합했을 때, 대회 개막 전 오사카에서 도쿄로 이동한 3월 7일, 경기가 없는 휴식일(3월11일) 전날인 10일 밤에 술을 마셨다. 당초 보도대로 경기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이 없다는 해명이다.
이에 KBO 진상 조사위원회는 해당 선수들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업소에도 유선상으로 출입 일시, 계산, 종업원 동석 여부 등을 확인했다. 이들은 도쿄에서의 동선을 입증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을 제출했고, 이날 상벌위에도 직접 참석해 소명했다.
KBO 상벌위원회도 세 선수들이 제출한 경위서와 객관적 자료들을 놓고 사실 관계를 따진 뒤 선수들의 주장과 같은 결론을 내린 뒤 징계를 확정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출전정지와 같은 중징계가 아닌 사회봉사시간 및 제재금 부과로 마무리됐다.
징계 수위에 대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주장과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다.
내용을 종합하면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반응으로 나뉜다.
징계의 수위가 너무 낮다고 주장하는 쪽은 “2007년 아시안컵 도중 음주 파문을 일으킨 선수 4명에게 축구 국가대표 자격정지 1년을 내린 것과 비교해 너무 낮은 수위의 징계”라며 “국가대표가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앞두고 숙소를 벗어나 늦은 시각까지 음주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대표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행동인데 자격정지조차 내리지 않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가치인 국가대표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국가대표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행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음주 행위 자체가 범법이 아닌데 격분한 여론에 편승해 ‘보여주기식’ 징계를 내리는 것은 시스템을 거부하고 몇몇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낡은 구조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며 “선수들이 반박하기 어려운 징계를 내놓으면서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감내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이성적인 선택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O는 "상벌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놓고 KBO리그 출전정지, 국가대표 자격 정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사회봉사 징계도 무겁다고 판단했다. 80시간과 40시간은 이전 징계에 비해 매우 긴 시간이다. 현실적으로 선수들에게 체감해서 적용될 수 있는 징계를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면한 3명의 투수는 엔트리 말소 기간만 경과하면 절차상 1군 무대에 바로 복귀할 수 있다. 김광현은 오는 11일, 이용찬-정철원은 각각 12일 복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