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실험적인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침이 심했던 연극계가 정상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로 분석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상반기 연극시장 공연 건수는 1076건으로, 공연계 전체에서 12.6%를 차지했다. 티켓 예매수는 약 172만건으로 전년 동기(약 107만건) 대비 약 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티켓 판매액은 약 331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72억원) 대비 증가율은 약 92.3%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시기 연극계에서는 실험적인 작품보단 스타 파워를 내세운 대극장 작품들이 대거 올려졌다. 당장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정소민, 김유정 등을 내세운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유인촌 등이 나선 ‘파우스트’도 관객을 만났다. 이밖에도 ‘파우스트’ ‘아마데우스’ 등이 히트작들이 연극계의 티켓판매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상위 10개 작품이 차지하는 티켓 판매 비중은 코로나 영향이 극심했던 2020년(43.1%)과 2021년(45.0%) 대비 38.7%까지 감소하면서 수요 양극화가 다소 완화된 것이 실험적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배우 손숙은 통상 기존 대표작으로 선보이는 것과 달리, 실험적인 연극 ‘토카타’를 지난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선보였다. ‘토카타’는 배삼식 작가의 신작으로, 코로나19의 고독과 단절 속에서 새롭게 와 닿은 접촉과 촉감, 내면세계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손숙은 데뷔 60주년 작품으로 기존의 대표작을 다시 선보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보여드리기보다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립극단은 무려 300분, 약 5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연극 ‘이 불안한 집’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는 24일까지 선보인다. ‘이 불안한 집’은 아이스킬로스의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바탕으로, 사랑하는 딸을 신에게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 왕가에서 펼쳐지는 가족 간의 분노와 반복되는 참혹한 복수를 그린다.
이밖에도 원로 연출가인 김우옥의 실험극으로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된 ‘겹괴기담’(10월 6~9일)이 대학로 쿼드에서 진행되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신경을 통제한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던 ACC 창제작 연극 ’지정 self-Designation’도 초연 2년만인 오는 11월 전국 관객을 만난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올해도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대극장용 연극의 제작은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데믹 이후 연극계도 안정화된 만큼 새로운, 실험적인 작품들도 동시에 제작되는 분위기”라며 “이미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은 배우, 인정받은 작품을 통한 매출 증대와 도전적인 작품들이 고루 제작되면서 연극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