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자녀에게 '보육원 보내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 학대 행위 해당"
"초범이기에 벌금형 받은 것…또 아동학대 행위 한다면 가중처벌 받을 것"
"과거엔 아동학대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최근엔 신고건수 증가하는 중"
"교육기관 및 주변 어른, 주변에서 아동학대 징후 발견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아들을 보육원에 보내려고 학대를 저지른 40대 아버지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선 아동을 보육원에 보내버릴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면서 피고인이 초범이기에 벌금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차후 같은 아동학대 행위를 하게 된다면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 광주지법 형사3단독 이혜림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2)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6일 오후 4시쯤 전남 나주에 위치한 그의 어머니 집에서 아들 B 군을 때릴 듯이 위협하고, '함께 죽겠다'고 협박하는 등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A 씨는 B 군을 보육원에 보내려고 했는데, 할머니와 함께 살겠다며 거부하자 이같은 학대를 저질렀다. 평소 A 씨는 어머니에게 아들을 맡겨놓고 홀로 생활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자가 보호자인 이중적인 지위에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피고인을 길게 구금할 경우 피해 아동을 보호할 사람이 없어지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아울러 피해 아동은 어머니가 없기에 가해한 아버지에게 벌금형을 세게 부과할 경우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초범인 경우에는 경고 차원에서 형을 부과하는 편이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일로 오종훈 변호사는 "아동을 고아원에 보내버릴 것처럼 한 것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보인다. 특히 아동을 때릴 듯이 위협하고 함께 죽겠다고 협박하는 것 역시 학대 행위로 해석된다"며 "아동복지법 제5호에선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벌금형을 받은 피고인이 차후 동일한 아동학대행위를 하게 된다면 가중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중 채다은 변호사는 "과거에는 아동학대 사건 관련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어서 신고건수가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동학대 가해자의 70%는 부모들인 만큼 이분들이 '자녀를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판심 문유진 변호사는 "자신을 양육하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아동이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나 유치원 등 교육기관이나 주변 이웃들에 의하여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경우에는 빠르게 신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이가 학교에 연속으로 불출석하거나 신체에 폭행의 흔적이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변호사는 "아동학대는 학대당한 아동이 성인이 된 경우 또 다른 가해자가 되어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는 그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아동학대를 발견한 어른이 신고해야 한다"며 "특히 이러한 신고가 남의 가정사에 대한 참견이 아니라 피해 아동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된다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