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경북대 교수 첫 사직서 "나는 외과 의사 그만 둔다…숨는 모습 부끄러워"


입력 2024.03.05 08:44 수정 2024.03.05 13:17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경북대 의과 교수, 4일 SNS 통해 입장 밝혀…"전공의들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다"

"정부, 우는 아이 뺨 때리는 듯 협박…논리적 토론 없이 여론몰이만 몰두해 있는 상황"

"보호막 못 되주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수동적인 모습 부끄러워"

전공의 집단이탈이 2주째 이어진 지난 4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놓고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구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전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저는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전 번아웃(탈진)했고, 도와주는 것은 없고 더 힘만 빠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에서 근무해 온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에 대해 "장밋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의사들을 명령으로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상호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해도 그 과정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증원 신청을 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학 본부에서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이 본질과 현실 파악에 대한 노력은 없고 해당 정책의 결과도 예측할 생각도 없다"면서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말을 잃게 만들어 뭐라고 언급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도 없고, 학생도 없다. 오히려 교육 대상이 없어 더 편해진 것인가"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제 인생도 돌아보고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교수의 글은 현재 SNS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료계 종사자 등이 온라인상에 공유해 확산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수리는 안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