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대병원 장범섭 교수 진료실 문에 '사직의 변' 담긴 자필 대자보 붙어
장범섭 "대한민국 의료,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정부의 낮은 수가로 환자 5분 진료만 가능"
"의료현장 목소리 묵살하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목 맨 증원…불필요한 진료로 환자 제물 될 것"
"개인 생활 희생하면서도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 어리석었어…무기력함 느껴 사직서 제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첫날인 지난 25일 서울대병원 진료실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의 자필 대자보가 등장했다. 이 교수는 대자보에서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현 정부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며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지하 1층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 내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진료실 문에는 사직의 변을 담은 자필 대자보가 붙었다.
앞서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진료 분야에서 '주 1회 휴진'을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장 교수는 '환자분들께'로 시작하는 글에서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저는 환자분들을 성심껏 대했지만 누구 말처럼 연봉 3∼4억원은 어불성설이며 정부의 낮은 수가로 환자는 5분 진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런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목맨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자신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6년째 매년 계약하고 있다고 밝히며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진료를 힘 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혹의 나이에 얻은 각종 질병과 함께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이 오히려 어리석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