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현재 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 상대적으로 법관에 비해 법적 전문성 떨어져"
"노동자들 대부분 서울·경기 거주…노동법원 신설한다면 이동 편의성 고려해 수도권에 설치해야"
"노동청 직원들이 현장 관리·감독 잘할 수 있게 인력 보강해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법관 전체 숫자 늘려야 노동법원에 판사 배치 가능…임기 동안 노동 문제만 집중해 전문성 높아질 것"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30여년간 공전하고 있던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노동법원이 설치되면 노사문제를 다루는 법관들이 늘어나 지금보다 분쟁 해결이 용이해질 것이라며 현재 노동위 위원들은 법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기에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노동자들의 다수가 서울·경기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신설한다면 수도권에 만드는 게 맞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화두이지만 노동자들의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위치를 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 및 사법부와 노동법원 설치 협의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달 14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임기 내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현행법상 형사에서도 민사적인 피해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체불임금 등 노동자들의 피해 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노동법원 설치를 적극 검토할 단계가 됐다고 본다"며 "고용부와 법무부가 사법부와 협의를 해서 임기 중에 노동법원 설치에 관한 법안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노동법원이 신설될 경우 노동위원회 위치가 애매해질 것이라고 본다. 현재는 노동위가 노사분쟁이 생겼을 때, 사건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노동 사건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법관들이 늘어나 노동 사건을 지금보다 더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위만큼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사건 처리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 것이다. 다수의 노동자는 빠른 사건 처리를 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일각에선 노무사들이 '소송 대리권'을 요구할 수도 있는 의견이 있지만, 법원의 절차로 들어가게 되면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법조인이 진행하는 것이 맞기에 소송 대리권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화두이기에 노동법원을 신설할 경우 대구·부산 등 광역시로 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 다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기에 지방에 노동법원을 신설하게 되면 재판받으러 오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 노동법원을 실제 추진하게 될 경우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할 텐데 이 역시도 무난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본인의 지역구에 설치해달라는 등 정쟁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 변호사는 "현장에서 법의 도움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기에 노동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끔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기존에 있는 조직인 노동청 소속 공무원들이 현장을 잘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인력을 보강해주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현재 노동위원회에 노무사도 있지만, 법관에 비해선 법적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노동위에 사건이 왔을 때, 사용자-근로자들이 노동위 결과에 불복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데 노동법원이 생기게 되면 소송으로 모든 것이 진행될 것이기에 불복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 변호사는 "노동법원 설치 시 예상되는 문제인 '법관 수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체 법관 수 자체를 늘려야 한다. 대다수 판사가 순환 근무제를 하고 있으므로, 판사 총량이 늘어야 노동 사건 전문 법관도 증대될 것"이라며 "임기 동안은 판사들이 노동 문제에만 집중할 것이기에 전문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