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14일 성명 발표
민주당이 방송3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안 상정을 위한 일방적인 과방위 활동을 시작했다. 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번 개정안에는 편성규약 준수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조항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서 개최된 오늘 (6월 14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은 되풀이되고 있는 방송장악 관행이 MB 정부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방송사의 편성규약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편성규약이 민주당의 동지인 민노총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민노총이 걸핏하면 들이대는 ‘제작자율성’과 방송사 주요 국장들의 ‘임명동의제’ 가 모두 방송법이 아닌 편성규약에 근거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총은 ‘제작자율성’과 ‘임명동의제’가 마치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듯 호도하지만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면서,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방송법 어디에도 제작자율성과 임명동의제의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은 여당이 방송장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늘상 반복되는 일이다. 그러나 정권의 방송장악과 관련되어서 법원에 의해 그 실체가 밝혀진 경우는 2017년 대선 승리 후 만들어진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이 유일하다. 이 문건은 2017년 8월 더불어민주당의 워크샵 행사에서 등장했다. 이 문건에는 민주당의 방송장악을 위한 여러 방안이 세밀하게 나열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오늘 주목하게 되는 문안은 다음과 같다.
금년 11월경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조치 (예컨대 ‘조건부’ 재허가를 통해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조건 이행에 대한 검증 및 감독 실시)
이 문건에 적힌 그대로 2017년 방통위는 지상파 3사 모두를 재허가 심사에서 낙제 시켰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그리고 조건부 재허가에서 재허가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편성규약에 따른 편성위원회 운영에 대해 아래 사항을 반영한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재허가 이후 3개월 이내에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고 그 이행실적을 매년 4월 말까지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것.
이 재허가 조건에서 비로소 제작 자율성 개념이 등장한다. 제작 자율성은 정식 법 문안이나 시행령도 아닌, 고작 방통위의 재허가 조건 따위에 존재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 입장에서 재허가란 방송사의 존속을 위협하는 아킬레스 건이어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MBC는 이듬해인 2018년 6월 28일 편성규약을 개정한다. 이 개정안에는
- 편성, 보도, 제작상의 실무권한과 책임은 관련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 보도 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장의 권한을 보장한다.
- 공정방송은 문화방송 구성원의 핵심적인 노동조건이다.
- 편성위원회에서 사측과 근로자 대표측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시청자위원회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
- 근로자대표 혹은 교섭대표노조와의 단체협약에서 방송편성규약과 관련된 조항이 체결될 시, 본 사규에 즉시 반영한다.
등의 항목이 개정 또는 신설되었다. 주요 국장의 권한이 보장되었으며, 편성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편성규약에 뜬금없이 구성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문안이 삽입되었고, 편성위원회의 최종적인 결정에 외부 단체로 시청자위원회가 지정되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MBC 시청자 위원회는 좌편향 시민단체로 가득 채워져 있다.
결정적으로 다음해인 2019년 2월 28일에는 뉴스타파 출신의 최승호 사장과 민노총 MBC 노조간의 단체협약이 체결되고 국장책임제 및 주요 국장의 임명동의제와 중간평가를 규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편성규약에서 규정된대로 이 단체협약은 자동적으로 편성규약에 반영되었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주당과 민노총이 방송법에 없는 권한을 민노총 노조원들에게 부여하기 위해서 얼마나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다.
KBS에선 2018년에 민노총 KBS 본부가 아직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편성규약 제정이 지연되었으나 2019년 2월 14일, 민노총 KBS 본부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자 마자 편성규약 제정 절차에 돌입한다.
방통위에 매년 4월 말에 재허가 조건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하므로 2019년 4월 편성규약 개정 TF가 구성되었고 같은 해 10월 22일, 민노총 KBS 본부의 전신인 사원행동 대표 출신의 양승동 사장과 민노총 KBS노조간에 편성규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당연히 이 편성규약에는 제작자율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요 국장의 임명동의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2017년 시작된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의 내용이 2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후 최종적으로 실현되는 장면이다.
그리고 2024년 6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편성규약 준수를 의무화하고 위반시 처벌하는 조항을 방송법 개정안에 추가하고 일방적으로 법안 상정과정을 시작했다.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의 내용이 공영방송사 내부에서 어떻게 실현되어왔는지 생생하게 지켜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이하 언총)는 민주당의 방송3법 개정안이 방송장악 시즌2의 시작이라고 규정한다. 시즌 2의 주요 스토리는 민주당과 민노총이 방송사 주요 국장직을 장악하는 걸 넘어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내용으로 시즌 1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다.
언총은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교묘한 논리와 궤변으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영구적으로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민주당에게 요구한다. 차라리 방송법에 민노총 노조원들의 제작자율성을 명문화 하고, 방송사 주요 국장 임명동의제 실시 규정을 법제화하라. 비겁하게 언론자유 수호로 포장해서, 온갖 규약과 협약의 행간을 이용해 민노총 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도록 우회상장 법안을 만드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
사법부에 의해 불법성이 드러난 방송장악 문건으로 온갖 고초를 받고, 탄압에 신음해야 했던 언론인들의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그리고 문명사회 일원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사과라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식의 낯부끄러운 '언론탄압•방송장악 피해 호소인' 코스프레로 사실을 계속 호도한다면 민주당과 민노총은 강력한 저항운동에 직면할 것이다.
2024년 6월 14일
사단법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