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서울 연희동과 종로5가역, 언주역 일대서 땅꺼짐 및 도로 침하 발생
전문가 "지하수와 흙 공사 현장에 유입되는 것 차단하는 차수공법 철저히 활용해야"
"지하안전법 잘 이행해 지하 개발 시 안전관리체계 확립하는 것 필요"
"GPR 장비로 제대로 감지 안 될 수 있는 만큼 수시로 정비 및 점검해 나가야"
최근 서울 시내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공사 과정 중 땅꺼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하수와 흙의 유입을 막기 위해 '차수공법'을 확실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데일리안은 지난달 말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던 서대문구 연희동과 종로5가역 일대를 찾았다. 땅꺼짐이 발생했던 구간은 새롭게 아스팔트가 덧대어져 있는 등 임시보수를 마친 상태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땅꺼짐이 발생했던 당일 밤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하지만 사고 후 복구조치보다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이 더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땅꺼짐 사고 조짐을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땅꺼짐 위험요소를 탐지하는 장비인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표 투과 레이더)로는 지표면으로부터 최대 5m까지만 탐지할 수 있어, 그보다 더 깊은 위치에 있는 위험요소는 발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지반침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땅꺼짐 사고는 총 957건 발생했다.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2021년 142건, 2022년 177건, 지난해 161건으로, 매년 평균 191건에 달했다.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 대책을 고민 중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대책 마련을 위한 계획 수립 단계 정도로 보면 된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희동에 거주 중인 신모(49)씨는 "당시 현장을 봤는데 싱크홀이 엄청 컸다. 이 일대는 오래된 건물이 많은데 그런 건물 밑에서 저런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섭다"며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싱크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종로5가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54)씨는 "일하는 곳 바로 근처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니 무섭다. 조금만 더 안쪽에서 구멍이 생겼다면 사람이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땅 바로 아래 지하철이 다니는데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이번 싱크홀 사례들은 과거 터널 등 지하 공사를 할 때 생긴 땅속 구멍에 흙과 지하수가 섞여 바닥으로 떨어졌고, 도로를 받치고 있던 흙마저 무너지면서 아스팔트 포장면이 힘을 잃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는 지하에서 공사할 때 현장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차수벽을 설치하는 것이 있다. 차수벽을 잘 설치해 지하수가 차단되면 싱크홀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례에서 보듯 싱크홀은 지하 7~8m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3~4m까지만 감지할 수 있는 서울시의 GPR 장비로는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 공사가 이뤄진 구역은 수시로 정비 및 점검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하 개발 시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지반침하로 인한 위해(危害)를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을 잘 이행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연희동의 경우 싱크홀이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지하에서 동공(속이 비어있는 굴)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공은 지하 굴착을 하거나 터널을 뚫다가도 생길 수 있다"며 "이같은 토목공사들을 지하에서 이뤄지다 보니 지하수와 흙이 공사 현장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차수공법을 활용하는 것이 추후 싱크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수공법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인 만큼 토목공사를 할 때 알맞은 공사비와 기간을 주고 이후 싱크홀이 발생하면 공사를 진행한 곳에서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럼에도 싱크홀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민방위 등을 활용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재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