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양은 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사회봉사 160시간 명령도
"범행 일부 구체적 지시하지 않았더라도…나머지 인정되므로 범인도피교사 성립"
1970년대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두목 조양은 씨가 선교사 신도에게 억대 사기 혐의로 도주 중인 지명수배자의 도피를 도우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5단독 홍준서 판사는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씨의 지시를 받고 사기범의 도피를 도운 선교회 신도 A(66)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씨는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 범행은 지시했지만, 나머지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도 "범행 일부를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나머지가 인정되는 이상 범인도피교사죄는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본범인 B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며 "A씨는 20년 동안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2022년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고철업체 대표 B씨의 도피를 도와주라고 A씨에게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으로부터 입찰받은 낡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차액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B씨는 공범들 가운데 자신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하기로 마음먹고 조씨와 상의했다.
조씨는 자신이 선교사로 활동하는 선교회의 신도인 B씨가 구속되면 다른 신도들이 그에게 빌려준 돈도 받지 못할까 봐 도피를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또 다른 교회 신도인 A씨에게 "기소 중지될 때까지만 B씨를 보호해 달라"며 "숙소와 휴대전화를 제공해 주라"고 지시했다.
A씨는 조씨의 지시에 따라 자신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B씨에게 주면서 숙소도 함께 제공했고, B씨는 3개월 가까이 경찰 추적을 피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구형했다. 조씨는 당일 최후진술을 통해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용서를 빌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씨는 1970년대에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끈 거물급 조직폭력배로 1980년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995년 만기 출소해 '신앙 간증'을 받은 뒤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나 이후에도 해외 원정도박과 대출 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