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반도체 업종, 이익증가율 정점 통과
성장률 둔화 시기엔 ‘수익성 개선’ 중요
바이오·방산·조선 등 투자비중 확대해야
미국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되살아난 가운데 9월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으로 주도주가 뒤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올해 줄곧 주도주로 꼽혔던 반도체 자리에 새로운 업종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진행된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이달 금리 인하 전후로 주도주가 변경될 가능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황 센터장은 “올해 연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양호한 데 이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환경의 레벨업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와 같은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고용 둔화 우려로 이달 첫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12월 회의에서 각각 25bp(0.25% 포인트·1bp= 0.01%포인트)씩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현재 금리 선물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2024년 100bp, 2025년 100~125bp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 모멘텀이 서서히 둔화되고 있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50bp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급격히 금리를 내리는 것은 연준이 경기 침체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인 만큼 마냥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난 1995년 하반기 연준이 성장률 둔화를 방어하고자 금리를 인하했던 당시를 살펴보면 상반기 주도주였던 IT가 금리 인하 이후 주도주에서 이탈한 바 있다. IT가 빠진 주도주 자리에는 헬스케어와 금융이 진입했는데 올해에도 유사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남은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방산, 유틸리티, 조선 등이 반도체를 제치고 주도주로 등극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IT와 국내 반도체 업종의 이익증가율이 정점을 통과하며 비(非) 반도체 업종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황 센터장은 “현재와 같은 성장률 둔화 시기에는 기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주도주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라며 “비반도체 업종 중 내년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증가율을 유지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현 반도체 업종의 하락 국면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 과정 속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에서 비반도체 업종으로 주도주가 바뀌는 것은 맞으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주의 약세장은 과매도 구간”이라며 “추후 상승폭이 작아도 기술적 반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