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현대차 등 고려아연의 대기업 지분, 최윤범 회장의 우호지분 아냐”
MBK 따라 “고려아연 경영진 측 지분율, 영풍 넘어서 문제” 주장서 선회
영풍 “최대주주 지분율 희석 가치 통해 지배력 약화한 것이 문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분류됐던 현대자동차그룹, ㈜한화, LG화학에 대한 입장을 선회했다.
영풍은 당초 이들 대기업 지분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확대를 위한 우호지분이라 판단했지만, 여러 역학관계를 고려한 MBK파트너스가 이를 부정하면서 영풍도 입장 변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9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분들(현대차·한화·LG화학)은 정확하게는 고려아연의 전략적 파트너”라며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이분들과 더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현대차, 한화와 의결권 공동행사 등 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 용어로 ‘우호지분’이라고 볼 수 없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훼손하며 이들에게 지분을 배정했기 때문에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본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날 MBK파트너스는 “언론에서는 이 부분들(고려아연의 대기업 지분)을 우호지분이라고 분류하는데 이분들은 최 회장님 측하고 의결권 공동 행사하기로 약정한 바가 없다”며 “그랬다면 5%로 주요 주주보고서에 공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최대주주의 경영권 강화’라는 명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를 근거로 들기도 했다. 애초부터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아니라서 동의 없이 경영권을 빼앗는 ‘적대적 인수합병(M&A)’가 아니라는 논리다.
MBK파트너스는 “2002년에는 장씨 일가(45.51%)와 최씨 일가(13.78%) 간의 지분 격차가 31.73%나 벌어지면서 최대 차이를 나타냈다”며 “2022년 이후 지분 격차는 장씨 일가(32.09%), 최씨 일가(15.34%)로 16.75%까지 줄었으나 다시 벌어지면서 지난해 9월 기준 장씨 일가는 33.1%로 최씨 일가(15.6%)에 비해 2배 이상 고려아연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보유 지분이 자신들을 넘어서는 것을 문제 삼으며 대기업 우호지분을 함께 언급했던 영풍도 “2대 주주 그룹 최씨 일가와 격차가 큰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서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맞장구를 쳤다.
고려아연은 현대자동차그룹, ㈜한화, LG화학 등에게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을 통해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금을 확보했다.
영풍은 이를 자사에 대한 고려아연의 선제공격으로 간주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HMG 글로벌(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에 신주 5%를 배정함으로써 영풍 측의 지분율을 넘어섰다”며 “실제 2022년 6월 기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5.22%로, 고려아연 경영진과 우호주주 지분율(18.74%)보다 2배가량 높았으나, 지난해 9월 이후 영풍 측 31.57%, 고려아연 32.10%로 역전됐다”고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HMG 글로벌에 대한 신주발행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행위”라고 규정하며 해당 신주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현대차 등의 지분은 우호 지분이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같은 편인 영풍의 ‘최 회장의 경영권 확대’라는 주장을 전면 반박한 셈이 됐다. 이로써 MBK파트너스의 명분 바로잡기에 영풍의 당초 명분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다.
MBK파트너스가 우호지분이 아니라 선을 그은 것은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현대차 등과 척을 지지 않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아직 어느 편에 설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기업들을 적으로 돌리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다. 총 18.4%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해당 기업들이 고려아연 측에 서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MBK파트너스로서는 큰 이득이다.
영풍에게 고려아연의 대기업 지분이 최 회장의 우호지분이란 명분은 현재 갈등의 발단이 된 만큼 중요한 명분이다. 하지만 양자대결에서 외부세력의 힘을 통해 승부를 보다보니 의사결정 주도권을 쥔 MBK파트너스에 따라 입장을 번복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또한, 수익을 취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 사모펀드의 특성과 경영권 쟁취가 우선인 영풍 사이의 목적 차이에 따라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 측은 기존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면서 영풍의 지배력을 약화시킨 것이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영풍 관계자는 “제3자 배정 유증과 자사주 교환 등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