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소장파 "탄핵 인한 분열 막기 위해 임기단축 제안"
이철우·홍준표 등 원로도 "탄핵 말고 개헌해야" 주장
여권에서도 "국민 향한 설득력 충분…임기단축 해야"
'조기대선' 염원하는 野 설득 관건…"협상능력이 중요"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임기단축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야당이 급하게 추진하는 탄핵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당론이 결정된데다, 탈당은 윤 대통령 본인과 일부 당내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일각에선 거대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정국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 등 당내 소장파 의원 5인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한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임기단축 개헌은 현행 헌법 상 5년 단임인 대통령의 임기를 헌법을 개정해 4년으로 1년 단축하는 것이다. 이전부터 대통령 임기가 5년인 것이 너무 길다는 비판과 함께 임기 단축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등장해왔던 바 있다.
이번에 국민의힘 소장파들이 임기단축 개헌을 직접 꺼낸 이유는 윤 대통령이 이른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사실상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탄핵안을 강행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기단축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이기도 하다.
이같은 임기단축 개헌 주장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비상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다시 탄핵을 하면 앞으로 계속 탄핵이 지속되고 탄핵이 습관화될 것"이라며 "대통령중심제보다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제도를 검토하되 아니면 야당이 주장하는 중임제 개헌안도 검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당력을 분산시키지 말고 일치단결하여 탄핵은 막아야 한다"며 "야당과 협상해 거국 내각 구성과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지사와 홍 시장이 탄핵 대신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는 앞선 국민의힘 소장파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다. 탄핵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정권교체는 국정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니 피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임기를 단축하는 제도로의 전환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당내에서도 꽤 많은 의원들이 임기단축 개헌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전부터 계속 논의돼 왔던 제도여서 큰 의견 충돌도 없을 것이고, 특히 국민들이 한 대통령이 5년씩이나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1년을 줄이는게 설득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비상계엄)를 거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사실상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은 최악의 방법이다. 무조건 끌어내리는 것보다 질서있는 퇴진과 미래를 위해 새 판을 깔아줄 수 있는 임기단축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현재 거대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야권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사실 임기단축 개헌은 주로 야권 인사들이 꺼내들던 카드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해 윤 대통령 임기를 1~2년 단축하자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2대 국회에서만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개헌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서 야권이 개헌 논의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탄핵만 된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굳이 현재의 5년 임기를 4년으로 줄일 이유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과의 협상 여부가 임기단축 개헌 현실화의 열쇠가 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대통령 자리가 자기 눈앞에 있는데 굳이 임기를 줄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단일대오로 탄핵을 계속해서 부결하다보면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도 바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때 중요한 게 지도부의 협상 능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