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親 가상자산 인물들 대거 등용...'크립토 차르' 신설도
월街, 비트코인 본격 상승 전부터 '가치 저장 수단' 평가
연준 의장·재무부 차원 인정까지..."20만 달러 갈 것
가상자산 시장에 미국발(發) 훈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에 가상자산 친화적인 인물을 등용할 예정이고,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미국 재무부도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고 정식 인정했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폴 앳킨스, 재무부 장관으로 스콧 베센트, 상무부 장관으로 하워드 러트닉 등 친 가상자산 인사를 주요 자리에 임명했다. 이외 가상자산, 인공지능(AI) 전반을 책임지는 이른바 크립토 차르(Crypto Czar)로는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위 인물들은 가상자산 친화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폴 앳킨스는 과거 미국 의회에 출석해 "SEC의 운영을 조정하고, 가상자산 업계 대상 중복 규제나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 경제고문 출신의 스콧 베센트는 헤지펀드 출신으로 가상자산 관련 입장을 내비친 적은 없지만, 업계에선 가장 친가상잔적 재무장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하워드 러트닉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캔터 피츠제럴드는 수년간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미국 국채 수탁 업체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색스는 리플(XRP), 솔라나(SOL) 등에 투자한 적이 있으며, 최근에도 미국 정부의 가상자산 대상 피해 사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 행정부에 친 가상자산 입장의 인물들이 들어서는 것은 미국 투자업게에 유행하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인식) 때문이다. 금은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회피)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돼왔다. 국가 임의대로 발행량을 조절할 수 있는 법정화폐의 경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금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제한돼있고 경제 위기 시에도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비트코인도 금과 마찬가지로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고 일정 주기마다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비트코인이 신고가를 돌파하기 전 횡보 국면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확산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0월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통화정책 회의론을 나타내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정하고, 인플레이션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운용자산 1경5000조원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도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말했다.
기존 가상자산에 회의적이던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취지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5일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비트코인이 달러에 대한 믿음 부족 때문에 상승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기자산으로, 디지털 금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재무부도 최근 한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과 같은 시각의 분석자료를 내놨다. '디지털 자산 성장 및 사용 추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가상자산은 작은 규모에서 시작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전통 금융 자산 및 실물 자산(부동산)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투기적 관심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성장을 이어왔으며,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 내에서 '디지털 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금' 내러티브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앞서 제기된 바 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사인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매트 호건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지난 1월 "현물 ETF가 승인된 만큼, 비트코인은 금의 궤적을 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 현물 ETF는 지난 2004년 승인됐으며, 당시 금 1온스당 가격은 250달러 내외였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현물 ETF 승인으로 각종 파생상품들이 등장하며 투자자금이 유입돼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봤다. 10일 오전 현재 금 가격은 10배 이상 상승한 2600 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거텀 추가니도 "비트코인은 새로운 시대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기관 및 기업 재무 자산의 표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말이면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유명 금융평가기관 DA 데이비슨의 연구 책임자 길 루리아도 "비트코인의 주요 용도는 가치 저장 수단이며, 경제 안정성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