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계획 중 3만6231가구가 내년 이월
전국 14만6130가구 분양 예정…역대 최저치
수도권 쏠림 현상, 2025년에도 지속
“내년 분양시장, 장기침체의 기로”
내년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역대급 한파가 예상된다.
3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전국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조사 이래 가장 저조했던 2010년(17만2670가구)의 최저치를 크게 하회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한 수치다.
아직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GS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잔여물량(1만1000여가구)을 포함하더라도 16만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분양시장은 당초 우려와 달리, 계획물량 26만5439가구 중 22만2173가구를 기록하며 계획 대비 83.7%의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경상남도, 세종특별시의 분양실적이 저조하였으나, 비교적 양호한 지역의 분양물량이 늘어나 권역별로는 수도권 89%, 광역시 75%, 기타지방 78%로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이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과 서울 중심의 ‘양극화’ 현상이 맞물리며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올해 분양 실적이 좋았음에도, 약 33%에 해당하는 3만6231가구가 2025년으로 이월됐다.
전년 이월 비중(38%)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17%)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나 많은 사업장이 표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1만8167가구)과 지방(1만8064가구)의 이월 물량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각각 전체 이월 물량의 약 50%를 차지했다.
지방의 이월 비중은 전년(44%)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특히 지방 사업장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월별 분양 계획에서는 1월(1만6066가구)에 이월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 4월과 5월의 봄철 분양 성수기에 각각 약 1만1000가구 수준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후에는 특별한 양상은 보이지 않고 평균 7000가구 내외의 분양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수도권 분양물량 비중은 당초 53%로 예상하였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4%포인트(p) 상승한 57%로 집계됐다. 이는 정주 여건이 양호한 수도권 중심의 분양 물량이 예상보다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2025년 권역별 분양 계획은 수도권이 59%(8만5840가구), 지방이 41%(6만290가구)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경기(5만550가구), 서울(2만1719가구), 인천(1만3571가구)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에서는 부산(1만8007가구)과 충남(1만3496가구)이 1만가구 이상을 기록했으나, 대부분 특정 지역(에코델타시티, 천안·아산탕정)에 집중될 전망이다.
2025년 아파트 분양 물량 중 자체사업(도급포함)은 53%(7만7157가구), 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은 47%(6만8973가구)로 집계됐다.
정비사업은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물량이 소진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2025년 대규모 정비사업(1000가구 이상)은 서울은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가 유일하며, 경기는 고양원당더샵포레나(2601가구), 의왕고천나재개발(1913가구), 딸기원2지구재개발(1096가구) 정도만 계획돼 있다.
2024년 서울 분양 물량은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에 집중됐으나, 2025년에는 동작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으로 분양이 확대되며 중급지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는 평택, 오산, 용인 등 반도체 중심 지역에서 분양이 집중됐던 2024년과 달리, 2025년에는 공급이 줄어들며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2024년 상급지인 연수구에 분양이 집중됐으나, 2025년에는 중급지인 남동구로 분양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급지에서의 분양 물량이 소진된 결과로 분석되며, 2025년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낮은 지역에서 분양이 이뤄져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내년 아파트 분양시장이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정책적, 경제적, 구조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역대 최저 물량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태용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입주물량의 부족과 함께 분양시장이 장기침체의 기로에 놓였다”며 “‘공사비 상승’과 ‘정책 이행력 부족’은 시장 안정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사비 증가로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금융 지원이 어려워지고, 결국 소비자에게 분양가 부담이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사비 조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또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따른 정책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약화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시장에서 영향이 큰 정책이 동력을 잃는다면 시장 침체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