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 예약취소 줄이으며 골목상권 얼어붙어
대형 참사에 연말 분위기 사라지고 우울감만 증폭
2024년의 끝자락을 계엄, 탄핵, 참사가 동시에 덮치며 우울한 연말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된 데 이어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골목상권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다른 해 같았으면 연말 대목을 맞아 바빴어야 할 횟집 점주 A(40)씨는 "오늘만 예약 취소가 3건"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다음 달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면서 기업 송년회가 미뤄지는 등 크고 작은 모임이 취소되는 분위기다.
계엄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연말 모임과 회식이 조금씩 재개되는 듯해 '연말 특수'를 조심스레 기대했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59)씨는 "31일 단체 예약이 두 팀 취소돼 소규모 고객으로 테이블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참사 영향이라고 생각하면 안타까워 '힘들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B씨의 매장 텔레비전에서는 참사 관련 뉴스가 연이어 나오고 있었다. 메뉴 주문 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20대 여성 2명은 "너무 슬픈 일"이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인근 지역 직장인 권모(29)씨는 "나도 올해 출장으로 비행기를 4번이나 탔는데,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끔찍하다"며 "사고는 원래 예고없이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이번 참사는 너무 희생자가 많아서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인근에서 일식 주점을 운영하는 C(37)씨는 "고객도 많이 줄었고 전체적으로 거리에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연말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반갑지 않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국민 우울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국민 우울감이 급등한 바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전후 한국 성인의 우울 궤적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우울 수준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만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번 참사 역시 비슷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