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입량 4만톤 첫 돌파
원두 가격 급등으로 원가 압박 거세져
내년 미국 시작으로 유럽, 호주 등 무관세 적용
출산율 저하 등으로 국내 우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가성비 좋은 수입 멸균 우유 수입이 매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입액과 수입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작년에는 처음으로 수입량이 4만톤을 넘어섰다.
커피원두 인상 등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진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수입 우유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데일리안이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작년 멸균 우유(HS코드 040120) 수입량은 4만8671톤으로 전년도인 2023년 대비 30.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846만7000달러로 24.3% 늘었다.
3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수입량은 109.9%, 수입액은 134.1%로 각각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가성비가 높은 수입 멸균 우유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동유럽 등 수입 멸균 우유 가격은 국내 흰우유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소비는 일반 가정 보다는 커피전문점 등 외식업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커피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커피전문점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주요 부재료인 우유 가격 낮추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세계 원두 생산 1, 2위를 차지하는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가뭄과 더위 등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두 시세는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두 가격 인상분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해 최근에는 저가커피 대표주자로 꼽히는 컴포즈커피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지도가 높은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보다는 규모가 작은 개인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수입 우유 사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두를 비롯해 원가 압박이 계속 거세질 경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수입 우유 사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커피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멸균 우유 가성비가 좋기는 하지만 이를 사용할 경우 기존 제품과 비교해 맛이나 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면서도 “전면적인 도입 보다는 고객 선택의 폭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수입 우유를 활용한 메뉴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갈수록 수입 우유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고, 이후 순차적으로 유럽, 호주, 뉴질랜드 우유에도 무관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우유와 가격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일부 수입 우유 유통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수입 우유가 가격 측면에서는 좋은데 커피와 함께 쓰기에는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면서도 “베이커리에는 잘 쓰고 있다. 보관기간이 길고 가격도 저렴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