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앞세운 노보노디스크, 글로벌 매출 58조원 달성
연평균 성장률 30% 달하는 비만약 시장
한미약품·대웅제약 등 후발주자 개발도 ‘활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큰 효과를 봤다는 '살빼기 약' 위고비 열풍으로 피하 주사 제형의 비만약 시장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후발 주자로 나서는 제약 업계는 제형 다양화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제약 업계에서 그동안 다양한 비만 치료제들이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항정신성 의약품, 즉 마약류로 분류돼 단기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단점을 극복한 제품이 바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와 ‘삭센다’다.
두 제품 모두 음식을 섭취한 후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 유사체 계열 약물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해야 했다면, 위고비는 주에 1회 투여하면 돼 보다 편의성이 높다.
10일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약 시장 규모는 2030년 100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연간 평균 성장률은 25~32%에 달한다.
비만약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제약사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다. 위고비와 삭센다를 앞세운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58조6149억원(2906억 덴마크크로네)의 매출을 올렸다. 일라이 릴리 또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젭바운드’를 기반으로 지난해 약 65조3085억원(4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가 두각을 드러내자 글로벌 제약사들은 제형 다양화로 차별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화이자는 알약으로 섭취할 수 있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다누글리프론’의 후기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AZD5004’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GLP-1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거두며 국내 제약사들도 해당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비만 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이 2023년 9월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H.O.P’ 프로젝트 내 과제들의 임상 및 비임상 개발이 순항하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H.O.P는 비만 치료 전주기적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맞춤형 치료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한미약품의 핵심 프로젝트다.
한미약품의 GLP-1 기반의 주 1회 투여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의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관련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하며, 당초 2027년으로 계획했던 출시 일정을 2026년 4분기로 앞당겼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아니지만 H.O.P 프로젝트 내에서 경구용 및 패치형 제품으로도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임상 및 비임상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형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는 곳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현재 경구용 2개, 패치형 1개, 주사제 1개를 만들며 편의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식욕 억제제 물질을 더한 복합제 ‘DWP306001’은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마쳤다. 지난해 11월에는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 신약 물질의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비만 치료제 약 자체의 혁신성에 더해 제형에 대한 혁신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병원까지 가서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정맥 주사 대비 편의성이 높은 경구용 및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