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토허제 해제했다 확대 재지정 ‘냉온탕’
정책 180도 선회하며 스스로 정책 신뢰도 떨어뜨려
탄핵정국·경기침체 변수 속 신중한 정책 결정 절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서울시의 부동산 규제 처방에 시장이 대 혼란을 겪고 있다. 다소 뜬금없는 시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더니 집값이 들썩이자 이번엔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며 규제 초강수를 두고 입장을 선회했다.
당최 예상할 수 없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규제카드 남발로 곳곳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체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잠·삼·대·청) 일대 주요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했으나 불과 한 달여 만에 규제 구역을 대폭 확대해 재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될 경우 주변 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이와 별개로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마치 아파트 값이 오른다면 언제든 규제로 누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
사실 올해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기 전만 하더라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가 필요하단 의견이 우세했다. 해당 지역 주민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다분했고 이미 규제가 적용된 지 수년이 지난 터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컸다.
다만 시기가 뜬금 없었다. 연초부터 오 시장이 섣부르게 규제 해제를 시사하지 않았더라도 오는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압·여·목·성)을 비롯해 6월 잠·삼·대·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또 연초 들어 시중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재개했고 기준금리도 인하기에 접하든 데다 올해 하반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 대출 규제가 예고돼 있어 상반기에 주택 구매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규제를 풀었고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 수 년간 작용했던 규제가 걷히면 그에 따른 수요 몰림 현상은 어쩔 수 없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보다 세심한 정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부작용에 놀란 서울시는 한 달여 전과 완전히 상반된 정책 결정을 하면서 스스로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작용보다 반작용이 더 큰 모습이다. 정책의 효과를 차지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180도 선회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최근 탄핵 정국과 경기 침체로 올해 부동산 시장은 변수가 많아졌고 불안 심리도 커졌다. 향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중한 정책 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