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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맘’ 흥행 뒤 ‘삭제’ 엔딩…이수지의 풍자가 남긴 교훈


입력 2025.03.23 09:18 수정 2025.03.23 09:1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포인트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이를 능청스러운 연기로 풀어내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하던 코미디언 이수지가 갑론을박에 휩싸이고 있다.


자식 교육에 극성인 일명 ‘강남 학부모’의 일상을 풍자해 주목을 받은데 이어, 여배우의 브이로그를 패러디했다가 ‘조롱과 비하’라는 지적을 받으며 해당 영상을 삭제했던 것.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던 패러디가 결국 그 선을 넘으면서 비판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풍자’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것을 이수지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인플루언서로 변신한 이수지ⓒ유튜브 영상 캡처

명품 패딩에 가방을 들고, 4살 아들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분주한 ‘제이미맘’으로 변신한 이수지는 과열된 사교육 현장의 어두운 이면을 ‘코미디’로 유쾌하게 짚어냈다며 호평을 받았다. 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선보인 패러디 콘텐츠로 이수지는, 앞서 언급한 젊은 대치동 엄마부터 팬들의 상품 구매를 능청스럽게 유도하는 인플루언서까지. 일상 속 다양한 캐릭터들을 풍자하며 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풍자의 위험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제이미맘의 모순되는 포인트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사교육 과열에 대한 메시지를 끌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제 강남 학부모들을 향한 희화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었다. 특히 자녀 학원 라이딩 일상을 공개한 한가인에게 비판이 이어지면서 그 우려가 현실로 일부 실현이 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수지가 동료 코미디언들과 함께 여배우 브이로그를 패러디한 영상이 다시금 화제 되면서 배우 이청아를 저격했다는 갑론을박까지 벌어졌다. 영상 속에서 이수지는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며 로마 일상을 즐기는 여배우 안나로 변신했다. 독서를 하고, 또 명상을 즐기며 여유를 만끽하는 차분하면서도 나른한 모습으로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브이로그 영상을 떠올리게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우 이청아의 영상 분위기와 목소리 톤을 흉내 냈다고 지적했고, 유사성을 지적하는 시청자의 댓글에 이수지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청아를 저격했다’, ‘이청아를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해당 영상은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은 ‘패러디’와 ‘조롱’ 사이 피해자가 생기는 상황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수지는 물론, 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이 일상 속 한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콘텐츠 소재로 삼고 있다. 이수지 외에도 코미디언 박세미가 신도시의 젊은 엄마 ‘서준맘’을 연기해 인기를 끈 바 있으며, ‘공구’(공동구매)를 통해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인플루언서의 이중성을 지적한 ‘피식대학’의 ‘예쁠림’,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를 포착하는 유튜버 엄은향 등이 다양한 패러디 콘텐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큰 스케일의 영상을 선보이기 힘든 유튜브 콘텐츠의 특성에, 시청자들과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을 코믹하게 풀어내는 선택이 대세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수지의 상반된 사례는 이 같은 콘텐츠에 분명한 ‘선’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는 과열된 사교육을 꼬집은 ‘대치맘’은 ‘흥행’했지만, 여배우 패러디 콘텐츠는 대중들의 비난을 받은 것은 결국 풍자의 대상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 또는 사회나 개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풍자의 핵심인데, 여배우의 여유로운 일상을 통해 이수지가 지적하고자 했던 바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 메시지 없이 개인 또는 집단을 희화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범람하는 패러디 콘텐츠 속, 누군가를 그럴싸하게 흉내 내고, 이를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것 이상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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