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저장부터 기화, 발전까지 한 라인에 구축
KET, 바닷물 활용한 친환경 기화 방식 적용
GPS, LPG·LNG 겸용 복합화력으로 유연한 운전
‘연결의 힘’ 앞세워 수소 중심 넷제로 미래 준비
“울산 GPS와 KET(코리아에너지터미널)는 SK가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전략 자산입니다. 저희는 40년 넘게 (액화석유가스) 사업을 해왔지만, LPG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미래 전기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 사업에 진출했고,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사업까지 확대하게 됐습니다.”
윤병석 SK가스 대표는 지난 25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GPS와 KET 현장에서 열린 미디어투어에서 이같이 밝혔다. LPG 전문기업인 SK가스가 LNG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낸 발언이다. SK가스는 LNG 발전 사업을 징검다리 삼아 장기적으로 수소 사업까지 진출해 ‘넷 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 비전을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불 대신 바닷물로 기화 KET
KET는 SK가스가 한국석유공사와 합작해 건설한 울산 최초의 LNG터미널이다. 이날 찾은 KET 현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눈에 담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었다. 외벽 두께만 1m에 이르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지름 90.6m, 높이 57.9m에 달하는 LNG 저장탱크는 장충체육관 세 개를 겹쳐 놓은 수준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돔형 천장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40여 명의 기자가 동시에 입장했지만, 내부는 여전히 텅 빈 듯 넉넉했고, 웅장한 정적 속에 공간의 스케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거대한 외형에 걸맞게 저장 용량도 압도적이다. 탱크 한 기당 21만5000㎥의 LNG를 저장할 수 있으며, 현재 이곳에는 이미 준공된 2기와 건설 중인 1기를 포함해 총 3기의 탱크에서 64만5000㎥ 규모의 LNG 저장이 가능하다.
중동이나 미국의 가스전에서 채취한 천연가스는 영하 162도의 초저온 상태로 압축된 액체 형태로 LNG 선박에 실려 운반된다. 기체 상태로는 부피가 너무 크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송을 위해 액체화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도착한 LNG는 부두에 설치된 라인을 따라 KET 탱크로 이송된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한 많이 싣고 오려면 액체로 압축해야 한다”며 “영하 162도의 초저온 상태로 만든 LNG를 액체 상태로 저장탱크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액체 상태 그대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사용하는 도시가스처럼,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다시 기체로 되돌리는 ‘기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KET는 불 대신 바닷물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을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차가운 LNG와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화가 일어나는 원리다.
탱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기화설비가 설치돼 바닷물이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체로 전환된 LNG는 발전소나 석유화학 공장 등으로 공급된다. 실제로 KET 인근에는 SK에너지를 비롯해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효성 등 주요 수요처들이 밀집해 있다. 울산광역시는 국내 최대의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LNG 수요가 풍부한 대표적인 에너지 집적지다.
세계 최초의 GW급 LNG·LPG 겸용 복합화력발전소 울산GPS
이렇게 기화된 LNG는 배관망을 따라 SK가스의 복합화력발전소인 울산 GPS로 공급된다. KET에서 공급되는 LNG와 SK가스의 공급망을 통해 조달된 LPG가 투입되는 울산 GPS는 연간 90만~100만t 규모의 LNG를 사용하는 SK가스 LNG 사업의 최대 수요처다.
지난해 12월 상업 가동을 시작한 울산 GPS는 세계 최초의 GW급 LNG·LPG 겸용 복합화력발전소로, 연료 수입부터 저장, 발전까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일 지멘스의 최신 가스터빈을 적용해 총 1.2G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원자력 발전소 1기에 준하는 규모다.
SK가스는 지멘스와 협업해 LNG와 LPG 각각에 최적화된 맞춤형 연소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으며, 연료 가격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장 유리한 연료를 선택해 100% 단독 운전이 가능한 구조를 구현했다.
윤병석 대표는 울산 GPS의 가장 큰 강점으로 ‘연결의 힘’을 기반으로 한 통합형 에너지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KET와 GPS는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KET는 울산 지역 산업체에 연료 및 일부 원료용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어, 이는 타사 터미널이나 발전소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적 연결성”이라고 설명했다.
조승호 울산 GPS 대표도 “산업단지 중심에 위치한 울산 GPS는 대규모 전력 수요처와의 근접성, 연료 선택의 유연성, 고효율 설비라는 세 가지 강점을 갖춘 발전소”라며 “앞으로는 수소 혼소 및 전소 기술을 도입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