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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란전]질 낮은 이란 망발…자충수인 이유


입력 2013.06.15 08:55 수정 2013.06.15 09: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케이로스 감독, 최 감독 겨냥해 폭언 쏟아내

월드컵행 9부능선 대표팀에 새로운 동기부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국을 향해 수준 낮은 도발로 신경을 자극하려는 이란 측의 무리수가 오히려 안쓰럽다. ⓒ 연합뉴스

월드컵 본선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크긴 컸던 것 같다.

이미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한국을 향해 수준 낮은 도발로 신경을 자극하려는 이란 측의 무리수가 오히려 안쓰럽다.

지난 13일 전세기를 타고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란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최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강희 한국 대표팀 감독을 향해 막말 수준의 폭언을 내뱉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은 이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이란 원정 때 푸대접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최선의 대접을 했다. 이란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최강희 감독이 11일 우즈벡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이란 원정에서 푸대접(텃세)을 받았다. (월드컵 본선에 나갈 상대를 굳이 골라야한다면) 지금으로서는 이란이 조금 더 밉다"는 발언에 대한 반발이었다. 케이로스는 심지어 최강희 감독에게 "한국 감독에게 우즈벡 유니폼을 선물해야겠다"면서 "한국 선수들은 최강희 감독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도를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월드컵 탈락위기에 놓인 이란의 조급함이 드러난 대목이다. 한국과 이란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서 열리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A조 1,2위 한국과 이란은 나란히 월드컵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홈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진출이 확정되는 한국에 비해 이란은 한국에 패할 경우, 월드컵 본선진출이 불투명해진다. 승점2 차이로 이란 턱밑에 있는 조 3위 우즈벡은 같은 날 홈에서 월드컵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와 최종전을 치른다. 전력상 우즈벡 승리가 유력하다.

이란은 과거에도 한국을 만날 때마다 경기 전부터 여러 차례 장외 신경전으로 도발한 전례가 있다. 2009년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는 이란의 간판스타 자바드 네쿠남이 테헤란 원정을 찾아온 한국 대표팀을 향해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원정에서 1-1로 비겼고, 홈에서 열린 최종전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하며 이란을 밀어내고 당당히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이란은 지난해 최강희호의 테헤란 원정경기에서도 도를 넘은 텃세로 빈축을 샀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선수단 비자발급을 미뤄 입국을 지연시키는가하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한 경기장을 연습장으로 내주고 숙소로 향하는 교통편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인물을 선수단 버스기사로 제공하는 등 여러 '장난질'로 골탕 먹였다. 한국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보여줬던 증거이기도 하다.

텃세는 장외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에서는 수만 관중들이 시종일관 욕설을 퍼붓고 레이저를 쏘아대며 선수들을 위협하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심지어 이란 선수들은 선제골을 넣은 후 걸핏하면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침대축구'로 시간을 끌었고,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대표팀 주장 곽태휘에게 폭언을 퍼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이란은 지난해 홈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겼다. 최강희호의 월드컵 예선 유일한 패배였다.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물론 당시 경기를 취재했던 한국과 외신 언론들도 이란의 몰상식한 행태를 기억하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의 막말이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내뱉은 것이라면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 거짓말을 한다면 뻔뻔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감독을 떠나 스포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평소 점잖고 여유만만한 최강희 감독도 이란 감독 도발에는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케이로스 감독을 향해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케이로스의 고향)에서 TV로나 보게 될 것"이라며 차갑게 응수했다.

케이로스의 성급한 도발은 이란에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A조 1위 한국은 이란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진출이고, 심지어 대패만 하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긴장이 다소 풀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 예상치 못한 케이로스 감독의 망발 덕분에 이란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당시 테헤란 원정의 굴욕을 기억하고 있는 김신욱과 손흥민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이 거의 확정됐다고 이란을 상대로 대충할 생각은 없다. 홈에서 반드시 복수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최강희호가 이란에 다시 한 번 월드컵 본선탈락의 아픔과 함께 케이로스의 '고향 앞으로' 티켓을 앞당겨 끊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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