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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사장님'은 옛말…할 말은 하는 기업인들


입력 2017.10.13 06:00 수정 2017.10.13 09:00        이호연 기자

권오갑 현대중 부회장 '군산 조선소 가동 문제' 소신

박정호 SKT 사장 "통신비 인하 방안 시장에 맡겨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군산 조선소 가동 문제' 소신 펼쳐
박정호 SKT 사장 "통신비 인하 방안 시장에 맡겨야"


지난 12일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연합뉴스 지난 12일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연합뉴스

주요 기업인들이 국정감사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일방적인 호통이나 질책에 고개를 숙여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모습이 극단으로 내몰린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국감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구조조정으로 1만6300여명의 인력이 감소한 현대중공업을 이끄는 권오갑 부회장은 정부의 자금 지원 정책을 겨냥해 뼈있는 발언을 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군산 지역구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군산조선소 재가동’ 관련 질의에 당당하게 답변했다. 나아가 정부 정책 지원까지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일감 부족과 비용 절감을 위해 군산 조선소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권 부회장은 군산조선소 재가동 조건을 위한 조건을 말하라는 김 의원의 압박에 구체적인 수치까지 예로 들며 “물량이 4분의 1로 줄고 가격이 반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군산조선소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질의시간이 끝나자 증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무위원장에게 추가 답변 시간까지 요청해 가며 회사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 국민 혈세를 지원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2만7000명의 종업원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간곡히 호소한다”며 “국가에서 운영하는 회사와 개인이 열심히 일하는 회사를 똑같이 취급해주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국감장에 얼굴을 비추며 의원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등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통사 수장이 국감장에 등장한 것은 8년 만이다.

박 사장은 같은날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 출석, 고가 요금제 정책 형태가 ‘호갱’을 만들었다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박 사장은 “고가 요금제에 차등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면서도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즉각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감이 끝난 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통신비 인하 방안을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취약계층 요금할인 등은 협의할 예정이지만 인위적인 통신 요금 낮추기는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그는 “통신서비스 산업에서 요금은 제품이나 마찬가지다”라며 “시장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기업인들의 달라진 행보를 고무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감 시즌이 되면 주목 받기 위해 무작정 고압적인 태도로 나오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인들이 부담이 큰 국감 자리에서 경영 활동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토로할 정도로, 정부 규제 강도가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편 올해 국감에서도 상당수의 기업 수장들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과기방통위 국감의 경우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해외 거주),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등이 모두 불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종합 감사에서도 이들이 불출석할 경우 고소, 고발 등을 강력 추진키로 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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