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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선고, 사법부 독립의 척도


입력 2018.01.25 06:00 수정 2018.01.25 10:51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이강미의 재계산책> 법조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칼럼들을 보니...

범죄의 구성요건 불성립 "증거없다"..."법치로 판단해 법의 존엄성 지켜야" 한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데일리안

<이강미의 재계산책> 법조계 등 각계각층 인사들의 칼럼들을 보니...
범죄의 구성요건 불성립 "증거없다"..."법치로 판단해 법의 존엄성 지켜야" 한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선고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은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형량에 쏠려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이재용 부회장 결심공판 이후 새해들어 각 언론매체에는 서정욱 변호사(법무법인 민주), 소설가 김진명씨 등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의 칼럼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하고 확실한 증거인데, “청탁과 뇌물이 오간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 보니, 특검이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 정해진 틀에 어거지로 끼워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형사재판전문인 서정욱 변호사는 “개별적, 구체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포괄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별적 청탁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청탁’이 되는 것인데, 특검이 기소한 11개의 개별적 청탁은 모두 부정되고 어떻게 포괄적 청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검이 나무가 없는데 숲이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약 10개월간 73차례에 걸쳐 숨가쁘게 진행됐지만 특검측은 명확한 혐의입증에 실패했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도 4차례나 있었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과의 독대 뿐이다. 하지만 독대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녹취나 영상 증거는 없다.

그래서인지 특검은 'o차 독대‘가 있었다고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지만 이 부회장은 “내가 치매도 아니고, 그것을 기억못하겠느냐”며 완강히 부인했다. 이를두고 이 부회장이 ’치매‘운운까지 하면서 거짓말할리는 만무하다. 청와대 안가에 드나든 정황을 이 부회장이 무슨 수로 ’삭제‘하겠는가.

소설가 김진명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검사들을 투입하고도 이 부회장 재판의 디테일에 있어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특검이 출발점에서부터 실체적 진실 발견 대신 의도된 목적을 달성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시말해, 촛불혁명 완수를 위해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프레임에 어거지로 끼워맞췄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이다. 명시적으로 아무런 청탁이 없었지만, 묵시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도움을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그 청탁에 대한 뇌물(돈)이 바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인 정유라씨에 대한 말 지원이라는 것이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그런데 이같은 논리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삼성그룹이라는 거대한 기업의 경영권 승계라는 어마어마한 이권을 고작 말 몇 마리로 해결이 될까하는 점이다. 더군다나 뇌물의 속성상 남이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되는게 일반적인데, 삼성은 그렇지 않았다. 수 차례의 협상을 통해 말 지원금 지급시기를 쪼개고, 사용처에 대한 영수증까지 첨부하게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삼성이 말을 지원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민간인 정유라이다. 1심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공동정범’으로 규정하고, 사전에 서로 모의해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전모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 역시 나오지 않았다.

기업들은 항상 현안이 있다. 그때마다 대통령의 정책에 협조한 기업들을 무조건 뇌물죄로 몰아갈 것인가. 재벌이라고 해서 특혜가 있어서도 안되지만, 재벌이라고 해서 여론에 편승해 역차별해서도 안될 것이다.

글로벌기업인 삼성의 총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부회장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밝혔듯이 “글로벌 기업의 리더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대통령이 도와주면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안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금도 기업들은 청와대의 절대권력에 속수무책이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하는게 현실이다. 일자리를 만들라면 만들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라면 단축할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협력사 납품단가 지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설가 김진명씨는 말했다. “재판관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해 판결했을 때만 남의 운명을 결정한 부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법의 존엄성도 지킬 수 있다.”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는 2월 5일이다.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리는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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