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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KNOW]메달밭 쇼트트랙, 500m 유독 약한 이유


입력 2018.02.05 00:05 수정 2018.02.04 20:4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계주 염두에 둔 중장거리용 선수 위주로 육성

한국 쇼트트랙 메달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한국 쇼트트랙 메달 현황. ⓒ 데일리안 스포츠

한국 쇼트트랙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로 통한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총 48개의 금메달이 나왔고, 이 중 한국이 가져간 금메달만 무려 21개에 달한다. 거의 절반 가까이 한국의 몫이었다는 뜻이다.

쇼트트랙의 종목은 4개로 나눠진다. 남녀 500m와 1000m, 그리고 1500m는 개인 종목이며, 남자 5000m, 여자 3000m가 계주로 펼쳐진다.

한국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종목은 역시나 1000m다. 21개의 금메달 중 9개나 1000m에서 나왔다. 1000m에 이어 계주에서 7개, 1500m에서 4개, 그리고 500m에서 하나다.

특히 500m에서의 유일한 금메달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채지훈이 보유하고 있다. 즉, 이 대회 이후 20년 넘게 500m와 인연이 닿지 않는 한국의 빙상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 쇼트트랙은 500m에서 약세를 보일까. 말하자면,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00m와 200m 단거리를 석권하면서도 중거리나 장거리를 뛰지 못하듯, 또는 마라톤 선수가 단거리 종목을 뛸 수 없듯이 단거리 종목과 중거리와 장거리 종목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만 하더라도 여자 500m에서는 독보적이지만 1000m에서는 메달권에 근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로 단거리에서 약점을 드러낸 것도 같은 이치다. 네덜란드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은 축구만큼의 위상을 갖고 있지만 이는 장거리 종목에 한한다. 무엇보다 지난 소치 올림픽 남자 500m에서 따낸 금메달이 사상 최초일 정도다. 스피드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가 단거리까지 가져오기 위해 10년 이상의 각고의 노력과 스포츠 과학 연구가 필요했다.

이처럼 중거리나 장거리에 강하면서도 단거리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운동량과 근육 사용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단거리는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근육이 발달한 선수가 유리하지만 중거리와 장거리는 지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반대다. 근육이 많으면 많을수록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젖산이 많아지기 때문에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 쇼트트랙은 1000m와 1500m 등에 집중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각 종목에 맞는 선수를 육성할 수 있지만 쇼트트랙 선수들은 개인의 모든 종목은 물론이고 릴레이 종목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단거리 전문 선수를 키우기 힘든 구조다. 한국 쇼트트랙은 일찌감치 500m보다는 중거리 및 장거리 전문 선수 육성에 주력해왔다. 중거리와 장거리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나아가서 릴레이 종목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 쇼트트랙이 릴레이에서 강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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