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북·중·러 정상회담 낙제점…여론 기대감만 부풀려
즉흥적·독단적 성향 드러내…북미 후속 핵담판 ‘참사’ 가능성
對북·중·러 정상회담 낙제점…여론 기대감만 부풀려
즉흥적·독단적 성향 드러내…북미 후속 핵담판 ‘참사’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북한·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성적표는 모두 초라한 수준에 그쳤다.
자신의 사업가 경력과 협상 능력을 자신하며 여론의 기대감을 부풀리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속은 챙기지 못한 ‘용두사미’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미중 정상회담…비핵화·무역갈등 해법 없어
지난해 4월에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세기의 담판’으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구체적인 협조를 얻어낼 것이라는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그러나 결과는 미·중이 각자 당위적인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북핵 위협의 시급성에 동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법은 부재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해 11월 중국에 방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2500억달러(279조원) 규모의 투자계약과 시장 추가개방을 약속했지만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이는 미중 무역전쟁 발발로 이어진다. 북핵문제 해법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강제방안 부재, 핵위기 재발 가능성 남겨
또 다시 ‘세기의 만남’이라며 주목받은 북미 정상회담도 용두사미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못 박았지만 실제 도출된 합의문은 과거 핵협상보다도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외교가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협상에 임했으면서도 비핵화 이행을 강제하는 수단을 확보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에 숨통을 트여줘 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 및 신뢰 관계를 과시하며 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측은 핵 후속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한·미를 조급하게 만드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안보 위기를 일시적으로 해소한 북한이 의도적으로 비핵화를 지연하고 향후 정세에 따라 다시 핵무력을 꺼내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러 정상회담…산적한 현안에도 성과는 ‘0’
미국에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도 국제사회의 각별한 주목을 받다. 특히 미·러는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북한 비핵화, 핵무기 감축, 양국 관계 재설정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은 미·러 관계의 부분적 완화 외에는 마땅한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다. 정상회담 성과 발표가 공동선언문이 아닌 공동기자회견 형태로 이뤄진 것도 양 정상이 사안들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을 러시아가 저질렀다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국 정보당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러시아를 비호한 굴욕외교를 펼쳤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독단적인 성향은 시간 지연 전술에 능한 북한과의 협상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한정돼 있어 시간이 경과될수록 협상력이 약화되고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변에 장기집권 독재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장기적이고 치밀한 협상 전략을 구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 출마 의지를 공언하고 있다. 선거 직전 답보상태에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일부만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졸속 합의를 맺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북미 양측이 장기적인 핵협상·검증 과정 없이 손쉽게 실리를 챙기는 반면, 한국은 북한의 잠재된 핵 위협에 계속 노출되면서 안보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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