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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규제 논란, 언론의 조작극인가


입력 2018.07.31 06:08 수정 2018.07.31 07:34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닭치고 tv> 보건복지부, 먹방 규제 말 한 적 없다…오직 언론만 표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마마무 화사가 혼밥을 즐긴 곱창집에 네티즌 관심이 쏠렸다.ⓒ MBC 화면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마마무 화사가 혼밥을 즐긴 곱창집에 네티즌 관심이 쏠렸다.ⓒ MBC 화면 캡처

정부가 먹방을 규제한다고 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일부 매체들은 ‘나 혼자 산다’의 화사 곱창 먹방을 예로 들며 앞으로 이런 먹방이 규제 대상이 될 거라는 느낌을 받게끔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먹방이 금지될 거라는 식의 보도도 나왔다. 사람들은 공분했고, 급기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먹방 규제는 국가주의’라는 식의 비판을 내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6일 내놓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2018∼2022)'에서 시작된 일이다. 관련 보도자료에 “‘폭식’의 진단 기준을 마련하고, 폭식 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개발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2019년)”이라는 부분이 있었다. 별첨자료엔 ‘먹방과 같은 폭식조장 미디어로 인한 폐해가 우려됨에도 모니터링과 신뢰할 만한 정보제공 미흡’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대부분의 매체가 ‘정부가 먹방을 규제한다’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생긴 논란이다. 규제한다는 말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논란을 만든 것이다. ‘폭식 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 개발’이라고 하면 별 반응이 없을 것 같아 ‘먹방 규제’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문서에 ‘음주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말도 나온다. 폭식 조장 미디어 가이드라인이라는 표현은 한번 나오지만 음주가이드라인은 두 번 나온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선 매체들이 ‘술규제’, ‘술금지’, 이런 식으로 보도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논란도 터지지 않았다. 매체들이 규제라고 보도한 이슈에 대해서만 논란이 터진 것이다. 언론매체에 한국사회가 휘둘린 느낌이다.

보건복지부의 잘못도 있다. ‘먹방과 같은 폭식조장 미디어’라는 대목이 문제다. 먹방 일반을 가리키는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극단적인 먹방’, ‘자극적인 먹방’이라는 식으로 정확하게 표현했어야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폭식조장 미디어로 인한 폐해가 우려됨에도 모니터링과 신뢰할 만한 정보제공 미흡’이라는 진단은 지극히 옳은 말이다. 모니터링과 정보 제공은 당연히 공적 기관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가이드라인 개발도 당연하다. 이런 걸 먹방 규제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굳이 논란을 만든 보도 태도에 문제가 있다. 내년에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확인하고 문제 삼아도 늦지 않다.

먹방 자체에는 당연히 문제가 있다. 인스턴트 식품, 고열량 식품 등의 섭취를 조장하고, 폭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터넷 먹방이 심각하다. 엄청난 폭식, 자극적인 음식의 가학적 섭취 등이 방영된다. 이미 먹방으로 인해 건강을 잃은 BJ가 나왔다는 말도 있다. 요즘 아이들 미래 희망이 인터넷방송 BJ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먹방BJ를 하겠다며 폭식 연습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터넷 폭식 방송이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음식 섭취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많은 양을 먹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모니터링과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진작 해왔어야 할 일이었다.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알겠지만, 아마도 추정컨대 가이드라인은 방향성 제시 정도이지 현실에서 인터넷 방송을 못하게 하는 수준까지는 못 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극단적인 먹방을 비판하는 기준점 정도로 활용되며 언론매체가 애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먹방 규제 소동에선 기사 내용을 조금만 유심히 보면 보건복지부는 먹방을 규제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오직 언론만 이 표현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조건 자극적인 쪽으로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고, 그런 표현을 그대로 받아서 논란을 키운 공론장도 문제다.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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