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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 스웨덴을 만드는 힘 '얀테의 법칙'


입력 2018.08.04 06:04 수정 2018.08.04 06:05        이석원 스웨덴 객원기자

<알쓸신잡-스웨덴 10> '잘난 척' 싫어하는 북유럽 특유의 정서

"아바를 사랑하지만 살아있는 아바를 기리고 싶지는 않아"

스톡홀름에서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사람들의 조금은 독특함을 설명하는 말 중 ‘얀테의 법칙(Janteslagen)’이라는 게 있다. ‘잘난 척 하지 말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얀테의 법칙’은 우리 인터넷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You are not to think you are anything special.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You are not to think you are as good as us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You are not to think you are smart than us.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You are not to convince yourself that you are better than us.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스스로 확신하지 마라.
5. You are not to think you know more than us.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You are not to think you are more important than us.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You are not to think you are good at anything.
당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You are not to laugh at us.
당신은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You are not to think anyone cares about you.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10. You are not to think you can teach us anything.
당신이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얀테는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가 1933년에 발표한 소설 ‘En flyktning krysser sitt spor (도망자는 궤도를 가로 지른다)’에 등장하는 가상의 덴마크 마을 이름이다. 이 마을은 ‘잘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똑똑하거나 잘생기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은 잘난 게 아니라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 마을에서 살려면 지켜야 하는 위의 10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게 ‘얀테의 법칙’이다.

즉 ‘얀테의 법칙’은 비단 스웨덴 뿐 아니라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국가들,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핀란드에 이르기까지 비슷하게 적용되는 습성인 셈이다.

스톡홀름을 이루는 14개 섬 중 ‘박물관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유르고덴에 아바 박물관이 있다. 아바는 누구나 다 아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4인조 팝 뮤지션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아바를 현 국왕인 칼 16세 구스타브 왕보다 더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런데 이 아바 박물관이 건립되던 당시 스톡홀름 시민들은 반대했다. 스웨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바를 사랑하지만 왜 굳이 살아있는 사람의 박물관을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9년 처음 건립하려던 계획은 스톡홀름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4년 후인 2013년 5월에 가서야 박물관이 세워졌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 박물관에 대해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얘기했고, 실제 스웨덴 사람들이 아바 박물관을 찾는 일은 별로 없다.

유르고덴 안에 있는 아바 박물관. 스톡홀름에 있는 박물관들 중에서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 스웨덴 사람들보다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취급된다. (사진 = 이석원) 유르고덴 안에 있는 아바 박물관. 스톡홀름에 있는 박물관들 중에서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 스웨덴 사람들보다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취급된다. (사진 = 이석원)

아바 박물관은 스웨덴 사람들이 얘기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현실적인 ‘얀테의 법칙’이다. 스스로도 ‘잘난 척’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다보니 다른 사람의 ‘잘난 척’도 동경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런 성격은 가장 위대한 팝스타지만 가장 초라한 박물관으로 그들과 함께 있는 아바에게도 드러나는 것이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이 외스테르말름(Östermalm)이라는 곳이다. 전통적인 스웨덴 귀족 출신들은 물론 오래된 부자들이 많이 산다. 서울로 따지면 평창동 저택촌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 동네 어디를 다녀도 부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다. 거리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보이는 집들도 여느 아파트들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은 얘기가 다르다. 그리고 그렇게 평범해보였던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여느 사람들과 같지 않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끄럼이 많다’는 것으로 대치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웨덴 사람들은 토론 등에서는 늘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명확하지만, 일상에서는 부끄럼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무언가를 좀 잘 하는 게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삼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그게 잘난 척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아무튼 굳이 남들에게 겸손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잘난 양 과장하지도 말라는 게 얀테의 법칙의 기본 정서라고 북유럽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이런 정서는 ‘경쟁’이라는 구조에서 색다름을 드러낸다.

반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다른 친구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엄청난 매상을 위해 옆 가게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경쟁은 하지만 나만 대단해지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남들보다 조금 낫기는 해도 남들도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심리가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런 스웨덴 사람들의 심리는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누구보다도 이런 ‘안테의 법칙’의 범주에 속한 스웨덴의 또 다른 ‘위대한’ 존재가 있다. 라틴어 ‘Esse non Vederi (존재하지만 드러내지 않는다)’를 가문의 모토로 삼고 있는 스웨덴 최대의 재벌가 발렌베리 가문이다. 한때 스웨덴 전체 GNP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던 발렌베리 그룹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자.

이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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