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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속 은행원 고용불안 더 커졌다


입력 2018.08.20 06:00 수정 2018.08.19 21:41        부광우 기자

4대 은행 직원 5만9591명…전년比 2163명↓

역대급 성적 뒤 그림자…커지는 일자리 불안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최근 1년 새 2000명이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나는 이자 수익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도 은행들은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일자리에는 호황의 훈풍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데일리안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최근 1년 새 2000명이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나는 이자 수익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도 은행들은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일자리에는 호황의 훈풍이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데일리안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2000명이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나는 이자 수익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도 은행들은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일자리에는 호황의 훈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정체된 조직 구조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은행들을 향해 희망퇴직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은행원들의 일자리 불안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총 5만9591명으로 전년 동기(6만1754명) 대비 3.5%(2163명) 감소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5만9591명으로 전년 동기(6만1754명) 대비 3.5%(2163명) 감소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5만9591명으로 전년 동기(6만1754명) 대비 3.5%(2163명) 감소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은행별로 봐도 너나 할 것 없이 식구를 줄였다. 직원을 가장 많이 감축한 곳은 최근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이었다. 조사 대상 기간 우리은행의 직원 수는 1만5350명에서 1만4607명으로 4.8%(743명) 감소했다.

이어 신한은행 소속 직원이 1만4322명에서 1만3748명으로 4.0%(574명) 줄며 감소폭이 컸다. 국민은행 역시 1만8159명에서 1만7634명으로, 하나은행도 1만3923명에서 1만3602명으로 각각 2.9%(525명)와 2.3%(321명)씩 직원 수가 줄었다.

이처럼 짐을 싸 자리를 떠나고 있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은행들은 근래 들어 찾아보기 힘든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체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0%(3000억원) 늘었다. 이에 올해 연간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6년 만에 최대를 나타냈던 지난해 실적을 다시 갈아치울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의 성적 상승은 늘어나는 대출에서 벌어들이는 이자 확대에 힘입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원) 대비 9.4%(1조7000억원) 증가하며 2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의 이자 부문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마진 역시 같은 기간 1.61%에서 1.67%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지속돼 온 저금리 기조가 깨지면서 큰 변수가 없는 한 이 같은 실적 호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들의 직원 규모 축소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희망퇴직을 권장하고 나선 까닭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인력 감축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은행들이 희망퇴직으로 직원 수를 상당히 줄인 상태지만 앞으로 그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나은행은 이번 달 초 임직원 274명을 대상으로 준정년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400여명이 퇴직했고, 신한은행도 같은 달 700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우리은행에서도 희망퇴직 범위가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1000명 이상이 짐을 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이른바 희망퇴직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한 은행들은 최소 27개월에서 최대 36개월 치 급여를 한꺼번에 주고 있다. 4대 은행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희망퇴직 시 1인당 적어도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내줘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희망퇴직자들 대부분이 근속 연수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비용은 현실적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희망퇴직한 주요 시중은행 부장·지점장급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면서 6억~7억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당부처럼 은행들이 희망퇴직으로 확보한 일자리만큼 청년 채용을 늘려 나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이다. 자칫 금융권에서 가장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원의 수만 줄이며 역효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실적 개선이 계속된다 해도 당장의 일자리 확대로 연결되기는 힘든 여건"이라며 "희망퇴직 활성화를 주문하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따라 줄지, 그리고 그에 따른 신규 채용 확대 효과가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 모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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