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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여기도 텅텅, 저기도 텅텅…빈 상가 즐비한 종로


입력 2019.06.13 06:00 수정 2019.06.12 22:29        이정윤 기자

무너진 종로 상권, 무권리금에 월세 내려도 “안 나가요”

광화문 오피스 공실에 주 52시간 영향…유동인구 감소

무너진 종로 상권, 무권리금에 월세 내려도 “안 나가요”
광화문 오피스 공실에 주 52시간 영향…유동인구 감소


종로 큰 사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상가 전체가 공실로 남아있다. ⓒ이정윤 기자 종로 큰 사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상가 전체가 공실로 남아있다. ⓒ이정윤 기자

“2년 전부터 상권이 주춤하더니 작년부턴 아예 무너져버렸어요. 옛날엔 여기가 제일 잘 나가던 곳인데...”

지난 12일 오후 찾은 서울시 종로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도 안 되는데 서촌, 삼청동, 익선동 주변으로 인구가 분산되다보니 상권이 죽었다”며 “30평짜리의 경우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0만~1500만원 정도였는데, 이젠 권리금도 없애고 월세를 800만원까지 내려도 자리가 안 나간다”고 상황을 전했다.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던 대형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있다. ⓒ이정윤 기자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했던 대형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있다. ⓒ이정윤 기자

이른바 ‘정통 상권’인 종로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발에 채이는 게 제일 잘 팔린다는 1층 또는 건물 전체가 공실인 상가들이다.

오랜 시간 이 주변을 찾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며 추억이 깃든 건물들도 임대 광고만 붙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다.

특히 이 일대에서 가장 번화한 구역인 ‘종각 젊음의 거리’ 한복판에서도 1층, 2층 할 것 없이 빈 상가가 곳곳에 눈에 띈다.

규모가 큰 상가의 경우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몫이었지만 이젠 그들조차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보신각 주변 상가 2곳이 연달아 공실로 남자 길거리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정윤 기자 보신각 주변 상가 2곳이 연달아 공실로 남자 길거리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정윤 기자

이 같은 상권 침체는 과거 종로 일대로 집합했던 수요가 유행을 타고 서촌, 삼청동, 익선동 등으로 분산된 것과 더불어 이 일대 핵심 수요를 담당해온 을지로, 시청, 충무로 등지의 오피스들의 공실률이 높아진 탓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지역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을지로(20.9%), 시청(20.8%), 충무로(20%) 등으로 서울 전체 평균(11.0%)의 2배 수준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이 발표한 ‘주 52시간제 이후 고객 동향 분석’에 따르면 현재 광화문~종로3가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기 전인 작년 3월에 비해 30~4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 교보인근 오피스가의 경우 2만명에서 1만2000명, 세종문화회관 인근 오피스가는 1만6000명에서 1만명, 종각에서 종로2가까지의 상가는 1만3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줄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종로나 종각의 주요 유동인구는 주변 오피스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이다”며 “오피스 공실이 심화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동인구가 줄 게 되고, 이 영향으로 상가 임차인들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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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 (think_u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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