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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 플랜트는 해외로...글로벌 제약사는 탈한국


입력 2019.07.12 06:00 수정 2019.07.11 22:22        이은정 기자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아프리카 등 해외 진출 속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 공장 철수하는 추세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아프리카 등 해외 진출 속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 공장 철수하는 추세


CKD-OTTO 항암제 공장 전경. ⓒ종근당 CKD-OTTO 항암제 공장 전경. ⓒ종근당

국내 제약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 건립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 안착하고 주변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한 것인데, 국내에선 부족한 전문인력을 현지에서 수급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대로 해외 제약사들은 한국 내 공장을 잇달아 폐쇄하는 추세다.

종근당은 지난 9일 CKD-OTTO사의 항암제 생산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종근당은 지난 2015년 9월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오토사와 합작법인 CKD-OTTO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 승인을 획득했다. 올해 2월에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구인 울레마협의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에는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제넥신이 이미 진출해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제약사 컴비파와 공동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PT 컴비파 동아 인도네시아’를 완공했고, 대웅제약은 2014년 현지 바이오업체 인피온과 조인트벤처(JV)로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대웅인피온’을 설립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이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현지 의약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약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제약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8조원에서 2023년에는 약 1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지 공장 인수해 설비와 인력 한꺼번에 얻는 경우도 있다. SK그룹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이는 현지 생산 설비와 전문 인력을 통째로 가져온 사례다.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설비와 인력 갖춘 뒤,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승인 받으면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한국 제약 플랜트는 해외로, 글로벌 제약사는 한국서 발 빼

반대로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떠나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 약을 만드는 글로벌 제약사는 1990년 중반 18곳에서 오는 2022년이면 얀센백신, 오츠카제약 등 2곳만 남는다. 2002년 노바티스, 2005년 릴리·GSK, 2006년 화이자, 2008년 로슈, 2009년 MSD·베링거인겔하임 등 해외 제약사들의 한국 공장 철수 러시가 이어졌다.

얀센은 1983년부터 운영해온 경기 화성시 공장을 2021년 말에 철수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만들던 약은 한국 내 제약사에 위탁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오게 된다. 얀센은 지난 2008년 화성 공장을 아시아 지역 생산거점으로 지정해 이 곳에서 만든 약을 대만과 홍콩,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8개국에 수출했었다.

이들 제약사들은 의약품 제조 트렌드의 변화로 한국 공장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빅파마가 항암제나 자가면역질환치료제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기존 화학의약품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해 전 세계 각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나 중국에 비해 국내 인건비가 높고 국내에서 굳이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철수를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자국에서 의약품을 유통, 판매하려면 생산설비를 갖춘 현지회사와 협력해야 하고, 현지에서 제조하도록 해 해외 기업들이 현지 공장을 짓도록 유인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고용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철수를 결정하는 해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수입 의약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후 완제품을 수입 유통해 판매하는 게 한국에서 생산해 파는 것보다 수익이 높은 것도 이탈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업계 생산 설비 수준을 같이 끌어올린 부분도 있고, 고용 창출에도 긍정적이었다”며 “외국 제약기업이 한국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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