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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빙의’ 양현종…꿋꿋했던 1선발 자존심


입력 2019.11.11 22:54 수정 2019.11.12 09:20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미국전 5.2이닝 10피안타에도 1실점 호투

좋지 않았던 컨디션에도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

양현종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양현종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회 연속 프리미어12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슈퍼라운드 첫 판을 따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미국과의 슈퍼라운드 1차전서 5-1 승리했다.

이로써 지난 예선 라운드 호주전 승리를 포함, 2승을 거둔 한국은 멕시코, 일본과 함께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예선 2위로 오른 미국과 호주, 대만은 나란히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선발 투수로 나선 양현종은 국가대표 1선발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실 이날 양현종의 구위는 낯선 도쿄돔이 어색한 듯 썩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km에 이르러 예선 1차전(호주전)보다 빨랐으나 공에 힘이 없었고 무엇보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타자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이날 양현종은 5.2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피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적지 않은 실점 위기에 봉착해 야구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하지만 에이스의 품격은 남달랐다. 양현종은 득점권에 주자가 나갈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하며 7개의 탈삼진을 솎아냈고, 땅볼 유도 능력이 병살타로 이어지면서 실점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6회 2사 후 마운드에서 내려온 양현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6회 2사 후 마운드에서 내려온 양현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LA 다저스 류현진의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었다. 류현진 역시 구위가 아주 뛰어나지 않았으나 핀 포인트 제구력과 빅리그 최고 수준의 강심장서 나오는 위기 관리 능력으로 숱한 위기를 헤쳐나간 바 있다.

양현종의 이날 투구는 ‘류현진 빙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 우타자들을 헛스윙으로 유도하며 농락한 체인지업은 류현진을 쏙 빼닮은 모습이었다.

유일한 옥에 티는 6회 깜짝 피홈런이었다.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공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한 양현종은 6회 선두타자 브렌트 루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듯 크게 아쉬움을 나타낸 양현종이었다.

이후 양현종은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연속 안타를 허용했고, 결국 투수 교체 지시에 따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닝을 마치지 못해 미련이 남을 법 했으나 자신의 아웃카운트를 늘려준 야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등 에이스로서의 품위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낯선 도쿄돔에서의 투구를 마친 양현종은 오는 23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최종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남은 기간 컨디션을 회복하며 아쉬웠던 장면들을 복기해 ‘언터처블’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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