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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감시등 켜졌다···100조 판 키운 증권가 ‘술렁’


입력 2019.12.09 06:00 수정 2019.12.09 10:11        백서원 기자

금융당국 부동산 PF 규제 강화…주요 증권사 수익 축소 불가피

증권사 “리스크 대응역량 비해 규제 과도…지방 건설사도 타격

금융당국 부동산 PF 규제 강화…주요 증권사 수익 축소 불가피
증권사 “리스크 대응역량 비해 규제 과도…지방 건설사도 타격”


100조원에 육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에 정부가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사진은 서울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00조원에 육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에 정부가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사진은 서울 전경.ⓒ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00조원에 육박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에 정부가 칼을 빼들면서 금융투자업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의 부동산 투자 현황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부동산금융이 당국의 규제 강화에 묶이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우려는 관련 종목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전장 대비 11.07% 빠진 39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메리츠금융지주(-7.92%), 키움증권(-3.24%), 한국금융지주(-3.15%), 한국금융지주우(-3.11%) 등도 동반 하락했다. 부동산 PF 익스포져 규제 강화에 따라 관련 사업 타격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약세를 보인 것이다. 부동산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정부가 부동산 PF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2013년 이후 증권·보험·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채무보증·대출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말 현재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8조1000억원,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가 약 100조원에 달한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액은 2013년 말 10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6조2000억원으로 150%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PF 채무보증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한다.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등 채무보증이 과도하게 늘면서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부동산 금융을 늘려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채무보증액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7조6754억원)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3조5177억원으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약 4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회수해야 한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조7414억원의 채무보증 잔액을 기록했고 9월 말 기준으로 3조3277억원의 자기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2조2672억원의 채무보증 잔액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자기자본은 1조9577억원에 불과하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금융을 IB부문 주요 성장 동력으로 활용했고 채무보증 비중이 높은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종금증권은 성장 여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부동산PF 비중이 낮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부동산PF 우발채무 규모가 7조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9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익스포저 및 관련 수익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장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유예기간을 적용했지만 위험계수 상향, PF대출 신용공여 추가한도 취급 제외 등 다방면의 규제로 향후 증권사들의 추가적인 영업 확장에는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6일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익스포져에 대한 건전성 관리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내년 2분기(4~6월)부터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채무 보증 한도는 100%로 설정됐다. 현재는 별도의 한도 규제가 없지만 규제가 적용되면 자기자본 이상을 빌려줄 수 없게 된다. 다만 내년 7월부터 6개월 단위로 채무보증 반영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며 규제 적응기간을 부여한다.

금융감독원도 금투업계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 부동산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를 선언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26명과 간담회를 갖고 “최근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증권사 PF 대출이나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 비은행권이 취급하는 부동산금융을 뜻한다. 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본시장 부동산 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그림자금융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한편 위험평가지표를 마련해 고위험·부실자산을 가진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날 증권사들은 당국의 부동산금융 규제 강화에 난색을 나타냈다. 공석인 금융투자협회장 권한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전체 의견”이라며 “건전성 규제도 금융투자업계가 자본을 적극 활용해 기업에 필요 자금을 공급하고 적절한 자금 중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그간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여온 데 반해 규제책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 규제를 적용하면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율이 높은 증권사들은 신규 PF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란 의견이다.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개발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선순위 대출을 주로 맡고 있고 그간 시장의 우려를 반영해 전문 인력 등을 갖춰온 만큼 리스크 대응 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서 “규제로 인해 신규 투자가 여의치 않을 경우, 리스크 관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금융사들이 시장에 속속 참여해 오히려 부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미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개발 사업이 줄어들어 증권사들이 국내 부동산 PF 대출로 수익을 얻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며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사업장 위주로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규제가 도입되면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사업이 더욱 위축돼 부동산시장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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