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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 혁신의 장에서 확인된 핀테크의 현주소


입력 2019.12.24 07:00 수정 2019.12.23 21:16        박유진 기자

오픈뱅킹 심사 중도 탈락 핀테크사 무더기 속출

'혁신 금융 가속화' 이유로 무임승차 사례 없어야

오픈뱅킹 심사 중도 탈락 핀테크사 무더기 속출
'혁신 금융 가속화' 이유로 무임승차 사례 없어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개방과 혁신도 좋지만, 시스템의 안정성이 최우선이겠습니다."

오픈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48개 중·소형 핀테크 업체 중 40여곳 이상이 보안 심사에서 탈락한 상황에 대해 관련 심사를 맡은 한 기관 관계자는 이같이 우려했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 전반의 게임 챌린저(Game Challenger)'를 일으키겠다며 금융권의 결제망을 비금융기관에도 개방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지난 18일 선보였다. 사전 신청에만 177곳이 몰릴 정도로 흥행이 점쳐졌던 이 서비스는 본 게임이 시작되자 거품이 꺼진 모습이다.

당초 수백 개의 핀테크 업체들이 참여할 것이라는 금융권의 기대와 달리 16곳의 시중은행과 7곳의 대형 핀테크 업체들만 서비스를 오픈했다. 나머지 업체들은 보안성을 이유로 심사에서 대거 탈락한 상태다.

정부의 규제 혁신 수혜를 기대하던 중소형 핀테크 업체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오픈뱅킹 참여 시 금융 결제망을 이용할 때마다 내던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오픈 API를 통해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절망하게 됐다.

특히 혁신 기술이 있지만 자금력이 없어 보안성을 갖추지 못한 곳도 있어 대형 업체만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뱅킹에 참여한 사업자의 상당수는 그동안 금융사에 준하는 업무를 벌여오던 곳인 만큼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진정한 플레이어'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탈락 기업들은 서비스 기획에 혁신은 있을지언정 금융 보안성에서는 '제로' 수준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됐다.

오픈뱅킹은 금융 소비자의 정보를 가지고 운영하는 국가 중대 사업이기 때문에 보안성에서 양보는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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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픈뱅킹에 참여를 마친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금융사에 가까운 보안 체제를 구축해 온 곳도 있다.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내던 상황에서도 수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 PCI DSS 등 국제 보안 인증을 받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혁신이라는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무임승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주문하고, 금융권에만 허용하던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에까지 확대하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심사로 국내 핀테크 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오픈뱅킹 서비스에 따른 최소한의 보안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면 나머지 보안성 또한 불 보듯 뻔하다.

박유진 기자 (rorisa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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