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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기생충'에 잠깐 웃었지만, '조작 논란' 늪은 여전


입력 2020.02.19 12:52 수정 2020.02.19 12:59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에 전 세계서 흥행 돌풍

'아이돌학교' 제작진 구속 면했지만 논란 지속 예고

CJ E&M이 투자배급사로 참여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모처럼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 뉴시스 CJ E&M이 투자배급사로 참여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모처럼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 뉴시스

'기생충' 신드롬으로 명예회복에 나선 CJ ENM이지만, 잊고 싶던 '조작논란'의 먹구름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 문화산업의 최강자로 손꼽히는 CJ ENM에게 2019년은 지우고 싶은 한해였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는 것)를 기록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엠넷의 시청률을 견인해온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의 순위조작 논란이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혔다.


'프로듀스' 시리즈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관계자 8명은 투표수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들은 특정 기획사의 연습생이 데뷔 그룹에 포함될 수 있도록 투표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엠넷 전체를 뿌리째 흔드는 대형 사건이었다. 엠넷이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방송 채널로 자리 잡기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CJ ENM 허민회 대표는 지난해 12월 "순위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그램을 통해 엠넷이 얻은 이익은 물론 향후 발생하는 이익까지 모두 내려놓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등 돌린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프로듀스' 시리즈 의혹이 처음 불거진 이후 줄곧 소극적인 해명으로 일관해온 CJ ENM이었기에 뒤늦은 사과는 오히려 "진정성이 없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엠넷 ‘아이돌학교’ 포스터 . ⓒ 엠넷 엠넷 ‘아이돌학교’ 포스터 . ⓒ 엠넷

'기생충'으로 명예회복? 갈 길 멀다


이처럼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CJ ENM에게 '기생충'은 구원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CJ ENM이 투자배급사로 참여한 '기생충'은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통했다. 한국 영화 최초이자 외국어영화 최초의 작품상 수상으로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앞서도 칸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수많은 상을 휩쓸었지만, 외국인에게 수상자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미국 영화업계를 통째로 흔든 수상 기록은 남달랐다.


아카데미 수상은 곧바로 영화 흥행으로 이어졌다. 아카데미 수상 기념으로 국내 재개봉한 '기생충'은 18일 일일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으며, 오는 26일에는 '기생충: 흑백판' 개봉도 앞두고 있다.


전 세계 흥행수익도 약 2470억 원(2억 736만달러)을 넘어섰다. 17일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주말(14일~16일)에만 550만 달러의 수입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총 205개국으로 현재 67개국에서만 개봉한 '기생충'은 나머지 130여 개국에서도 차례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DVD나 블루레이 판매, 스트리밍서비스 시장까지 감안하면 '기생충'으로 인한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악몽 같은 '조작 논란'은 CJ ENM을 지속적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CJ ENM이 겉으론 웃고 있지만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일부 팬들이 '프로듀스X101'(시즌4)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되자 엠넷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14일 제작진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긴 했지만, 폭탄을 완전히 제거한 건 아니다. 특히 경찰은 CJ ENM 부사장 겸 엠넷 부문 대표 신모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윗선 개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넷은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음악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열린 제78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서는 최근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TOO:월드클래스'에 대해 "지난 문제를 복기하는 절차를 거치고 대응책 마련하고 다른 방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전혀 진행된 절차 없이 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만큼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엠넷은 그동안 우후죽순 늘어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슈를 주도해왔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는 게을렀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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