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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美 기준금리 깜짝 인하…타이밍 놓친 한은


입력 2020.03.04 10:03 수정 2020.03.04 10:1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미 연준 0.5%P 조정…5개월 만에 통화정책 유턴

경제성장률 추락 비관론에도 한은은 관망세 유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이른바 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불과 며칠 전 기준금리 조정 기회를 가졌던 한국은행이 아직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며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를 넘어 0%대까지 고꾸라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한은이 지나지게 조심스런 행보로 통화정책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기존 1.50~1.70%에서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앞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승인했다는 의미다. 연준은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그 동안 연준은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경제 흐름을 관망하겠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 양상으로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금리 인하 기조로 유턴한 모습이다. 연준은 지난해 7월 금리를 2.25~2.5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10년 7개월 만의 인하였다. 이어 9월과 10월에도 0.25%포인트씩 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1.50~1.75%까지 낮춘 뒤로는 금리를 동결해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격 금리 인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의 보다 광범위한 확산이 나타나면서 경제에 대한 위험을 보게 됐고 행동하기로 선택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전반적 영향의 규모와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상황도 유동적이지만, 그럼에도 위원회는 미국 전망에 대한 위험이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에 대응해 우리는 경제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완화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장 혼란과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황을 볼 때 연준의 변화는 전적으로 이해된다 면서, 연준이 이날 성명에서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이번 달 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에릭 위노그래드 번스타인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려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부정적 반응 완화를 시도할 수 있다며 이번 달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한국은행

이 같은 연준의 발 빠른 움직임은 한은과 크게 대비된다. 코로나19 변수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기준금리 조기 인하설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한은은 일단은 사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 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연 1.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달 금통위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기준금리 동결이다.


하지만 지난 달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빠르게 확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한국이 1%대 경제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란 부정적 예측이 이어지면서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0%대까지 성장률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한은이 더욱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 짙어져 왔다.


최근 양대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코로나19 역풍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기존 2.1%에서 1.9%로, S&P 역시 2.1%에서 1.6%로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씩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은 상태다.


이보다 더 암울한 시선도 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의 봉쇄 조치가 이번 달 안에 끝나고 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로 제한된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해당 봉쇄 조치가 오는 4월 말까지 이어지면 1.3%로, 6월 말까지 계속되면 0.5%까지 성장률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은이 관망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보다 낙관적인 경제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첫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1%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석 달 전 내놓은 전망치인 2.3%보다 0.2%포인트 낮아진 수준이지만, 지난해 실제 성장률(2.0%)보다는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즉,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예측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을 이룬 후 진정세에 접어든다는 전제를 가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긴급 처방으로 한은의 기준금리도 강한 인하 압박을 받게 됐다"며 "다만, 지난 달 금통위에서 선제적인 기준금리 조절이 가능했음에도 이를 그냥 지나치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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