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강타선 상대로 3이닝 무실점 4K 호투
보직 여전히 미정, 팀 성적 좌우할 히든카드 급부상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시범경기 네 번째 등판에서도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김광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무실점 4탈삼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광현이 마주한 상대는 지난해 단일 시즌 팀 최다 홈런 기록을 쓴 미네소타. 특히 이날 미네소타는 최정예 멤버들을 내세웠고, 루키 신분인 김광현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구위로 미네소타 타자들을 압도했다. 1회 까다로운 강타자 케플러, 도널드슨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김광현은 2회에도 크루스를 삼진으로 잡는 등 순항했다.
위기는 3회였다. 김광현은 3회 1사 후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다시 마주한 케플러를 중견수 뜬공, 도널드슨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하며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김광현은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 3이닝을 모두 소화했고 약속된 투구수에서 1개 더 던진 46개의 공을 뿌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김광현의 보직은 아직도 미정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현재 선발은 물론 불펜에서도 구멍이 발생했는데 이를 메울 자원이 마땅치 않다. 결국 김광현을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계속해서 검증하며 가장 알맞은 위치에 넣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광현은 시범경기 4경기에 등판(선발 2경기), 8이닝 동안 5피안타 11탈삼진을 기록 중이며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느 보직을 맡더라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먼저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었던 다른 동양인 투수들과의 비교도 필요하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했던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데뷔전을 구원으로 등판했고, 이후 6경기 동안 선발로만 나와 빅리거로서의 검증 절차를 밟았다.
등판 때마다 이닝을 늘려나갔던 류현진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7이닝 1피안타 5탈삼진의 호투로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고, 결국 개막 로스터에 선발 투수로 자리했다. 다만 류현진의 경우, 다저스가 선발 자원으로 영입한 선수였기에 지금의 김광현과는 팀 내 위상이 미묘하게 다르다.
오히려 한 해 앞선 2012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던 이와쿠마 히사시가 김광현의 아주 좋은 비교 대상이다.
이와쿠마 역시 보직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프링 캠프를 치렀는데 5경기 동안 선발로 3회, 구원으로 2회 등판하며 테스트를 받았다.
개막 직전 이와쿠마의 최종 보직은 롱릴리프 구원투수. 하지만 이닝이 쌓일수록 호투가 거듭됐고 6월 들어 필승조 자리까지 꿰찬 이와쿠마는 7월 시작과 동시에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며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김광현 역시 투수운용에 균열이 발생한 세인트루이스의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어떤 역할을 맡든, 그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 통할 것이라는 믿음을 코칭스태프에 심어주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히든카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