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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 연령 확 낮춘 한화생명 …부담스런 실험 통할까


입력 2020.06.10 05:00 수정 2020.06.09 22:05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평균 손해율 무려 133%…불어나는 적자에 초강수

높아진 진입 장벽에 불만 우려…정부 눈초리도 부담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50세 이상 고객들의 일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다.ⓒ한화생명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50세 이상 고객들의 일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차단하는 실험에 나섰다. 실손보험에서 보험사가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를 감내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가입 문턱을 높여서라도 손실을 줄여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화생명이 경쟁사들에 비해 지고 있는 부담이 비교적 적은 편인데도 이른바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에 대한 소비자 진입을 장벽을 높이며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점에서, 정부의 압박과 부정적인 여론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생명은 일반 실손보험의 신규 가입 연령 한도를 기존 65세에서 49세까지 하향 조정했다. 대신 50세 이상 고객부터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정책 상품인 노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한화생명이 이처럼 가입 마지노선을 내린 가장 큰 배경으로는 실손보험에서 누적되고 있는 보험사의 적자가 꼽힌다. 젊은 층에 비해 잠재적으로 보험사가 내줘야 할 보험금 지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령 고객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손실을 최대한 줄여 보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손해율은 지난해 평균 133.2%에 달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해당 상품을 통해 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걷은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2017년 115.3%, 2018년 118.6% 등으로 110%대를 유지해 오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들어 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눈에 띄게 오른 실정이다.


이는 문재인 케어의 역효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한 문재인 케어가 가동되면 보험사의 실손보험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자 병원 방문이 늘면서 건강보험 자기부담금은 물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보험금 지급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정부의 실손보험 가격 통제는 도리어 거세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짊어져야 할 짐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는 이유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실손보험료를 평균 7.7% 내려 잡았다. 2017년 0.9%, 2018년 6.4%에 이어 더 확대된 인하폭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 내부에선 어떻게든 실손보험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져 왔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보험사도 장기적인 실손보험 운영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위기감 어린 목소리였다.


이런 와중 한화생명이 실손보험 신규 고객 유입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한 모양새가 되면서 보험업계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선택은 정부의 요구에 정면으로 맞서며 가격을 인상하거나, 아예 상품 판매를 중지하는 정공법이 아닌 측면 돌파로 평가된다. 주요 외국계 보험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그나마 다른 보험사들보다는 낫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앞서 실손보험을 둘러싼 손실 개선에 나설 명분이 다소 떨어져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19.4%로 보험사들 중 유일하게 120%를 밑돌았다. 보험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13.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이 선수를 치게 된 요인으로는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경영 여건이 거론된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87억원으로 1년 전(4465억원)보다 86.9%(3878억원) 급감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들어서는 대규모 채권 매각에 나서며 실적 방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본 영업인 보험 사업에서의 수익성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평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39억원으로 전년 동기(232억원) 대비 261.6%(607억) 늘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은 한화생명에 보다 현실적인 걱정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직후부터 생계와 밀접한 물가 안정을 내세우며 실손보험료를 내리라고 요구해 온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한화생명이 내보인 대안은 일종의 꼼수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또 예전보다 실손보험에 들기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로서도 마뜩치 않은 흐름이다. 그러나 만약 한화생명의 시도가 성과를 거둘 경우 다른 보험사들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품에서의 손해율이 악화될 때 한시적으로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경우는 많지만, 상품을 개정해가며 가입 한도 자체를 낮추는 일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소비자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까닭에 감당해야 할 부담이 상당하겠지만, 효과가 입증되면 경쟁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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