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에는 격려·오찬 제안…이재명에는 공감
"잠룡의 지나친 차별화 예방 차원…DJ 때와 비슷"
문재인 대통령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이례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에 번갈아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차기 대권주자의 압력으로 임기 말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렸던 참여정부 시절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의 8일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당일 오찬을 제안했다. 대통령이 사전에 일정을 정하지 않고 약속을 잡는 건 극히 드문 일로, 이날 문 대통령의 '급 제안'에 따라 오찬을 진행했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만 배석했다. 이는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오찬 사실과 일부 대화를 대변인을 통해 공개할 것을 지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차기 유력 주자인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돌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언제든지 대통령에게 상의하시라. 주말도 상관 없으니 전화하시라"고 했다. 특히 이 대표를 향해 "든든하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도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직후 먼저 전화를 걸어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해달라. 이 대표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가 총리 자격으로 일본에 갔을 당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내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여권의 유력 주자였다.
이 대표 보다는 무게가 덜 하지만, 이 지사를 향한 문 대통령의 '힘 싣기'도 현재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가 최근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배신감'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여권에 날선 발언을 했을 때도 "2차 재난지원금 금액 지원 대상 지급 방식에 얼마든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때문에 지친 상황에서도 방역에 협력하고 있고, 적은 금액이라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도 일리 있다"며 '보편적 지급'을 주장한 이 지사의 발언에 공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4일 집중호우 대처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경기지사가 건의한대로 임시주거시설로 조립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에 중앙부처도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 지사의 정책을 지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대권 주자들의 지나친 차별화를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문 대통령의 행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하다.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해수부 장관에 임명하는 등 대권주자를 직접 관리했다"며 "특히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대권 주자들이 노 전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우는 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유력 대권 주자였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촉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