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만 나오면 물불 안 가리는 추미애
국민적 피로 누적과 '반문재인' 결집 요인
秋 부담스럽지만, 강성지지층 성화에 침묵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인해 민주당도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검찰개혁 취지는 흐려지고 국민들에게는 두 사람 간 정치투쟁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차기 대선관련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부상한 것은 추 장관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의 대립구도는 지난 1월 추 장관이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추 장관은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청취 과정을 생략한 채 검찰 인사를 단행하며 이른바 '윤석열 라인'을 쳐냈다. "(윤 총장이) 와서 의견을 말하라는 내 영을 어겼다"며 공개적으로 하급자 취급도 했다. 총선을 앞두고 검언유착 의혹이 불거지자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고 감찰카드를 꺼내들었다.
이후에도 추 장관은 추가 검찰인사를 통해 윤 총장을 고립시켰고, 라임 관련 야당정치인 은폐의혹과 검사로비 의혹 등이 나오자 지체없이 또 한 차례 수사지휘권 행사와 감찰을 강행했다. 최근에는 윤 총장이 검찰 특수활동비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앞뒤 가리지 않는 추 장관의 폭주는 '윤석열 찍어내기' 논란과 함께 국민적 피로감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8월 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인물 압도적 1위(40.6%)로 나왔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인식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 성화에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중도층이나 침묵하는 다수 국민들이 추 장관과 윤 총장 대립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는 추 장관 행보나 발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추 장관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는 한 이 흐름이 (멈춰지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착잡한 표정과 함께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문자에는 "추미애 혼자 싸우게 둘 것이냐" "180석을 몰아줬는데도 민주당이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윤석열을 빨리 해임시키고 장모와 배우자를 수사하라" 등의 내용이 적지 않았다.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식의 압박성 문자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윤석열만 겨냥한 정치공세에 국민적 피로감
정세균 총리도 "자제했으면" 에둘러 비판
민주당 인사들, 공수처만 출범하면...
윤 총장의 부상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보수진영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에는 경계하는 목소리가 컸다. 서울·수도권의 한 의원은 "부동산과 주식 양도세 논란으로 수도권 민심이 좋지 않은데, 추 장관으로 인해 반대파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게 진짜 문제"라며 "상당수 의원들도 같은 문제인식을 하고 있지만, 검찰개혁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이라고 했다.
취임 300일을 맞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간담회에서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조금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한다"며 완고했지만 추 장관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진 못했다.
현 구도를 타개할 방법으로는 고위공직자비위수사처의 조속한 출범을 꼽는다. 검찰개혁의 큰 산을 넘는 것이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민주당 내 분위기다. 최근 이낙연 대표가 공수처 출범의 데드라인을 11월로 설정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추 장관이나 윤 총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는 것은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될 뿐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공수처가 출범해야 인사든 정책이든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추 장관이나 윤 총장 갈등 국면에서 높아진 국민적 피로도를 상쇄하는 것도 공수처 외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