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우울증 진단 매년 증가
힐링·스트레스 해소 차원으로 심리상담소 찾기도
오혜진 씨(가명)는 3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일상이 무기력해졌다. 버스를 타다가, 계단을 내려가다, 길을 건널 때마다 이대로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누구나 다 한 번쯤 이런 시기가 있는 것이라고 주변에서 위로하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9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는 107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2건) 대비 35.9%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5년 5만 3077명, 2016년 6만 4497명, 2017년 7만 2646명, 2018년 9만 8434명, 2019년 9만 4245명으로 집계됐다. 오혜진 씨처럼 우울증을 호소하는 젊은 세대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연세라이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이명수 원장(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은 청년 우울증의 가장 큰 이유를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꼽았다. 이 원장은 “관계 문제가 상대적으로 괜찮은 사람은 지금 당장 스트레스를 받아도 궁극적인 해결을 해나가지만, 반대인 경우는 취업을 하더라도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면 위축이 된다. 이 같은 문제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의 자존감,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취업, 주거, 경제 등의 문제도 있지만 경중을 따지자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높았다”고 진단했다.
또 SNS가 우울감을 유발하는 플랫폼이라고 지적한 이 원장은 “예를 들어 혼자 있거나, 앞에 주어진 일을 해결해나갈 때는 그럭저럭 버티는데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 자신이 작아 보인다는 고민을 많이 토로한다. 이 때 SNS를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지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힘든 일보단 보여주기식 성향이 강하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이 남들이 자랑하는 SNS를 접하면 심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각한 우울증이 아니어도 스트레스 해소, 힐링이란 가벼운 주제로 상담을 찾는 젊은층이 늘어난 점도, 정신과, 심리치료소를 북적이게 한 이유 중 하나다.
플로리다 마음연구소 김소울 대표는 “심리상담이 치료의 개념도 있지만 힐링이나 자존감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있다. 결혼 준비, 업무 과다 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단기적인 참여도 늘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로 의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김 원장은 “활동이 적어지다보니 대면 자체를 못하고, 비대면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를 안가니 젊은 엄마들이 이런 상황 속 우울감을 해소하려고 심리연구소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출판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인터파크가 주최한 '2020 최고의 책' 독자 투표에서 에세이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 꽃눈 에디션'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이나 작사가의 에세이 '보통의 언어들', 3위는 법정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스스로 행복하라', 4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1', 5위는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소설이다. 힐링 에세이 장르가 상위권에 포진 돼 있다.
인터파크 도서사업부 임채욱 팀장은 "상위권에 오른 도서들은 위로와 공감을 주는 에세이류나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인문학 도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류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독자들은 책을 통해서 위로와 힐링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