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담 치료기, 공감과 치유되는 기분까지
서귤 작가, 책 읽고 우울증 치료 시작했다는 연락도
연우 작가, 우을증 인정하니 많은 변화
2018년 6월 출간된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10년 넘게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전전했던 백세희 작가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이 책은 2018년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지난해 ‘제5회 한국여성극작가전’ 선정 연극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뜨거운 반응에 현재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2'까지 출간됐다.
이 책에는 백세희 작가의 고민이 솔직하게 적혀 있다. 외모에 대한 강박, 친구 관계, 낮은 자존감 등은 공감을 불러왔고, 심리전문가를 통한 분석이 독자들로 하여금 함께 상담받는 기분을 들게 해줬다.
백세희 작가처럼 자신이 느낀 우울과 상처, 상실감을 숨기지 않고 책으로 고백하는 청년 작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귤 작가의 '판타스틱 우울백서, 연우 작가의 '한동안 살아있을 예정입니다', 김현경 작가의 '아무것도 할 수 있는', 'f/25 폐쇄병동으로의 휴가' 등은 작가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은 경험과 내면의 상처들을 제 안에서 꺼냈다.
서귤 작가는 '판타스틱 우울백서'를 통해 정신과 치료일기를 만화로 유쾌하게 담았다. 치료 과정만 그려낸 것이 아닌 순감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공감을 함께 전달했다. 서귤 작가는 다른 동료 작가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을 공유한 책을 읽고 '판타스틱 우울백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서귤 작가는 "나조차도 그 동안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어둡고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담을 받아보니 내과나 이비인후과를 가듯이 진료를 받고 상담하는 과정이 평범했고, 겁먹을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상담을 받은 후 확실히 생활도 편해지고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SNS를 통해 만화를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판타스틱 우울백서'를 읽고 공감을 하거나, 자신도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다는 독자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책을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귤 작가는 "연재 내내 독자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내 경험이 다른 이의 삶을 용기를 줬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서귤 작가는 우울증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있어 주변인들의 반응을 걱정했지만 '판타스틱 우울백서'를 출간한 후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보다 아껴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단다.
또 서귤 작가는 책 뿐만 아니라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통해 우울증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현상에 대해 "정신과 상담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있는데 이같은 콘텐츠가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현재 4년째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정신과 상담을 한 후 자신있게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 드라마틱하게 갑자기 좋아져서 약을 끊고 새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이야기 했다.
지난 7월 '한동안 살아있을 예정입니다'를 출간한 연우 작가도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하면서 삶의 의지를 다시 생겨났다.
연우 작가는 "'한동안 살아있을 예정입니다'는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약을 먹고 자살시도를 했다. 깨어난 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원고를 무료로 출간하는 사이트에 신청해, 그 동안 모아놓은 원고를 모아 책을 만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어주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위로가 되는 글이 아닌 내가 느낀 감정과 아픔이 누군가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됐다. 그걸 계기로 1인 출판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살아있을 예정입니다'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한 달 동안 쓴 일기를 모은 책이다. 연우 작가는 병원에 있을 당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 안에서 일을 밖에서 기억 못할 것 같아 기록용으로 남겨뒀다. 병원에서 우울했던 기억만 있는게 아니라고 나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병동 브이로그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
이 책을 출판한 후,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연우 작가는 "책을 텀블벅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책을 후원해주는 사람의 명단을 봤는데 저와 긴 시간 연락 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때 친구의 이름을 봤다. 책을 내는 과정을 통해 나 역시도 위로를 받았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죽음을 한 번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저에게도 많은 변화가 왔다"고 덧붙였다.